[비즈니스포스트] 퀄컴이 향후 ‘멀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 고객으로 퀄컴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대만산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추가 고객을 확보할 기회는 점차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3나노 고객으로 퀄컴 부각, 애플도 '멀티 파운드리' 전략 택할까

▲ 퀄컴이 향후 ‘멀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 3나노 공정을 활용한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진은 퀄컴의 시스템온칩(SOC) 스냅드래곤 이미지. < PCMAg >


2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퀄컴이 ‘멀티 파운드리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을 활용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멀티 파운드리란 협력하는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를 두 군데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7나노 이하의 첨단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곳은 현재 삼성전자와 TSMC 두 곳밖에 없다.

퀄컴의 돈 맥과이어 마케팅총괄(CMO)은 현지시각 16일 미국 그랜드 와일레아 리조트에서 열린 ‘퀄컴 스냅드래곤 테크 서밋 2022’에서 “퀄컴은 스마트폰 이외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함에 따라 단일 파운드리를 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다”며 “멀티 파운드리가 공급 측면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 및 확장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밝혔다.

반도체 공급처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 가운데 하나인 대만의 지역적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은 현재 시스템반도체 생산의 대부분을 대만 TSMC에 의존하고 있어 자체 생산량을 늘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현지시각 17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스타트업 행사에서 “유럽이 대만에서 만든 컴퓨터칩과 같은 필수기술의 수입에 너무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취약하다”며 “유럽이 자체 기술 역량을 구축하지 않으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반도체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퀄컴은 이미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최대 고객 가운데 하나다.

퀄컴은 올해 초에 출시한 모바일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 1세대’는 삼성전자 4나노 공정으로 제조됐고 그 결과 퀄컴은 2022년 1분기 삼성전자의 '5대 거래처'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퀄컴은 삼성전자의 4나노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스냅드래곤8 2세대를 삼성전자가 아닌 대만 TSMC의 4나노 공정에 맡겼다. 이처럼 상황이 변하자 일각에서는 3나노에서도 삼성전자가 TSMC에 밀려 수주를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아직 7나노 이하 첨단공정에서 TSMC과 비교해 경쟁력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수율을 계속 끌어올리면서 어느 정도 기술 안정화에는 성공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게다가 3나노에서는 TSMC보다 먼저 게이트올어라운드(GAA)라는 신기술을 적용해 양산에 들어감으로써 기술력 차이를 점차 좁혀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7년까지 파운드리 생산량을 2022년보다 3.3배 확대해 대만 TSMC와 경쟁하겠다는 야심찬 목표까지 제시했다.

심상필 삼성전자 파운드리 기업기획실장 부사장은 15일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 싱가포르 호텔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4~5나노 기술에서는 TSMC에 조금 뒤처졌지만 더 발전된 노드로 따라잡을 기회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3나노 고객으로 퀄컴 부각, 애플도 '멀티 파운드리' 전략 택할까

▲ 대만의 지역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애플도 반도체 공급망을 다각화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를 둘러싼 세계 정세가 급변함에 따라 퀄컴 외의 다른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에서도 멀티 파운드리 전략이 확산될 공산이 크다.

현재 엔비디아는 퀄컴처럼 멀티 파운드리 전략을 취하며 TSMC와 삼성전자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애플과 AMD는 아직까지 첨단 파운드리 대부분을 TSMC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은 2024년부터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반도체를 공급받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사실상 TSMC 애리조나 공장을 지칭한 것으로 TSMC와 협력관계를 더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3나노에서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향후 애플과 협력관계를 맺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애플은 현재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 제품의 주요부품을 2~3곳의 업체로부터 나눠받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데 모바일 프로세서(AP)만큼은 TSMC로부터 독점공급받고 있다. 이 때문에 애플은 가격 협상에 있어서 TSMC에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9월에는 TSMC가 파운드리 가격을 6~9% 인상하겠다고 통보하자 애플이 반발했다는 소식이 대만과 미국의 주요 매체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이는 애플과 TSMC의 협력관계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변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해외 IT전문매체 '9투5맥(9to5mac)'은 “삼성전자는 2015년까지는 아이폰 모바일 프로세서를 TSMC과 나눠 제조했지만 그 뒤 기술력에서 뒤처지며 아이폰 칩 공급사에서 빠지게 됐다”며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TSMC를 따라잡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만약 다시 애플 공급사에 진입할 수 있다면 TSMC의 애플 관련 매출은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