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두산그룹은 박정원 회장 체제에서 에너지, 기계와 함께 반도체를 3대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각각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2022년 3월 국내 반도체 테스트기업 테스나를 4600억 원에 인수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5월 두산테스나에 1200억 원의 투자를 결정했으며 앞으로 이 분야에 1조 원을 투입해 이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박 회장은 2022년 6월 두산테스나를 방문해 “반도체는 두산의 새로운 승부처로 기존 핵심 사업인 에너지, 기계 분야와 더불어 또 하나의 성장축이 될 것이다”며 “두산테스나가 국내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최고 파트너 기업으로 자리잡고 나아가 5년 내 반도체 테스트 분야 글로벌 톱5로 성장하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패키징 기술도 확보해 후공정 분야를 모두 책임지는 기업으로 만들어갈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반도체는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하는 일인데 두산그룹까지 반도체를 한다니 무슨 말일까? 후공정 개념을 아는 사람이라도 중소기업이 하는 후공정업에 대기업이 뛰어든다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할 지 모른다.

그 이유는 이 반도체 후공정이라는 분야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맡는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 확실한 존재감을 지닌 후공정기 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구조를 살펴보면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반도체로 나뉜다. 메모리반도체 사업은 소품종 대량생산 업종이라 한 기업이 모든 공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도맡아 할 수 있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인 비메모리반도체산업은 분업이 일반적이다.

그 분업구조는 크게 설계(팹리스)와 제조(파운드리), 마감(OAST)의 세 분야로 나뉘는데 설계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들은 공장이 없다는 뜻에서 ‘팹리스’라고 부르며 퀄컴, 엔비디아, 브로드컴, 미디어텍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제조에 전문화된 기업은 거푸집을 뜻하는 '파운드리'로 부르며 주요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 글로벌 파운드리 등이 있다. 이 파운드리는 실리콘 웨이퍼에다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역할을 하며 이 공정을 반도체 선공정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선공정을 마친 실리콘 웨이퍼에 마감작업을 하는 것을 후공정이라고 한다. 이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들을 가리켜 OSAT, 또는 후공정 기업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마감작업은 웨이퍼를 들고와 검사 및 분류하고, 조립 포장해 반도체를 완성하는 일로 구성돼있다. 어떻게 보면 보조적 역할을 하기에 별 것 아닌 분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나 대한민국에서는 선공정을 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위상과 비교해 후공정 기업들의 존재감이 옅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후공정 기업들에 대한 관심 커지고 있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중심이 메모리반도체에서 시스템반도체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급으로 여기에 들어가는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세계적으로 반도체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최신형 전기차에는 2천 개가 넘는 반도체가 사용된다고 한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2022년 8.2%에서 2023년 0.6%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2022년에만 20% 성장하고 2025년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메모리반도체에 주력해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시스템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산업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두 기업 모두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는 후공정을 내재화했지만 시스템반도체 사업 후공정은 국내 후공정 기업들과 함께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수준의 국내 후공정 기업이 나와줘야 한다는 뜻도 된다.

최근 선공정 업계 동향을 보면 공정의 정밀도가 나노미터(10억분의 1) 수준을 넘어 원자단위(100억분의 1)로 가면서 공정 난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또 반도체 납기와 품질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최첨단 장비와 기술력을 확보하고 많은 일감을 소화할 수 있는 기업이 필요해고 있다.

안타깝게도 글로벌 10대 OSAT 기업가운데 한국기업은 하나도 없으며 반면 대만은 글로벌 10대 OSAT 가운데 5곳을 보유해 후공정 산업을 이끌고 있다.

두산그룹이 반도체 후공정 시장에 뛰어든 것은 이런 기회를 봤기 때문일 수 있다.

다행히 앞으로 파운드리 시장의 전망은 계속 밝을 것으로 보인다. 6월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2년 세계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시장 규모는 2021년보다 23% 커진 12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테스나 역시 2022년 매출 예상치를 2021년보다 22.3% 증가한 2538억 원으로 잡았다.

상승세는 단기간에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기업 TSMC는 2023년 1월부터 일부 파운드리 품목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삼성전자 등 다른 파운드리기업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두산그룹은 오래전 박가분에서 시작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꼽히는데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대한민국에서 주목할만한 반도체 후공정 기업이 나와 국내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할 수 있을까? 박정원 회장이 두산그룹의 두산테스나를 어떻게 키워갈지 주목되는 이유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