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바야흐로 4차산업 기대가 무르익고 있다. 4차산업의 핵심 부품을 살펴보면 기업의 전망을 읽고 투자의 실마리를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4차산업의 핵심 부품 가운데 하나가 광학솔루션 제품이다. 광학솔루션은 소비자 대중에게는 익숙지 않지만 4차산업의 여러 분야에서 빠지는 곳이 없을 만큼 널리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는 품목이다.

4차산업이라고 하면 애플, 구글, MS, 메타 등 빅테크 혹은 테슬라 같은 신흥 강자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이런 기업들의 현란한 기술이야말로 4차산업의 핵심 기술이라는 인식을 품게 된다.

로보틱스,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메타버스 등은 4차산업의 전형적 이미지다.

그런데 이런 4차산업 분야 가운데는 각종 광학솔루션이 반드시 필요한 곳이 많다.

인간을 대신해 어떤 일을 처리하거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이를 통해 어떤 대응을 하려면 인간의 감각기관처럼 주변 환경을 감지하는 기능이 있어야 하는데 인간의 눈과 시신경에 해당하는 게 광학솔루션이다.

가정에서도 비교적 많이 쓰이는 로봇청소기만 하더라도 광학솔루션이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장애물을 피해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정밀한 로봇 형태인 휴머노이드나 메타버스, 자율주행차와 같은 부분에서는 광학솔루션이 더 고도화돼야만 한다.

메타버스 분야에서 광학솔루션의 쓰임새를 살펴보자. 작년 한참 뜨겁게 달아올랐던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다소 뜸해진 것 같지만 빅테크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메타버스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확장현실기기와 메타버스가 현재 스마트폰과 모바일OS의 위치를 대체하게 된다면 빅테크 산업의 헤게모니가 이동하게 되고 거기서 막대한 부의 이동도 이뤄질 개연성이 높다.

이 경쟁에서 디바이스 선점이 매우 중요한 승부처가 될 텐데 여기서 광학솔루션의 역할이 클 것으로 보인다.

확장현실의 첫 시작이 될 증강현실을 완벽하게 구현하려면 주변 공간의 데이터를 수집해 인식할 광학솔루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서 그랬던 것처럼 메타버스 관련 기기에서도 LG이노텍과 삼성전기의 광학솔루션 제품인 카메라모듈이 핵심 부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두 기업은 이 분야에서도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많다.

광학솔루션만 놓고 보면 LG이노텍이 삼성전기에 다소 앞서는 것 같다.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 분야 세계 1위인데다 최근 광학솔루션 부문 실적도 삼성전기보다 크게 앞서 있다.

LG이노텍이 광학솔루션에는 더 진심인 듯하기도 하다. 올해 1조 원대 설비투자를 광학솔루션 분야에 집중했다.

반면 삼성전기는 비슷한 금액을 반도체 패키지 기판 쪽 설비투자에 쓰기로 했다.

다만 광학술루션에서 앞선다고 기업 역량이 더 뛰어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LG이노텍은 광학솔루션 사업 비중이 가장 높고 여기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 등 컴포넌트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반도체 패키지 비중도 적지 않다.

두 기업이 사업구성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광학솔루션만 놓고 전체의 우열을 가려선 안된다.

두 기업의 광학솔루션 경쟁력을 얘기할 때 각각의 주고객사인 애플과 삼성전자를 빼놓을 수 없다.

LG이노텍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었다.

삼성전기에게 삼성전자는 주고객사이자 재료를 공급처이기도 하면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현재로서는 애플을 고객사로 둔 LG이노텍이 유리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 광학솔루션 부문에서 두 기업의 실적 희비가 엇갈렸는데 이는 애플의 스마트폰 판매 성과가 삼성전자보다 뛰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플이 메타버스 기기나 애플카 등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는 것은 그 공급망 안에 있는 LG이노텍에 수혜로 작용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런 차세대 먹거리에서 애플만큼 뚜렷한 계획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LG이노텍의 지나친 애플 의존도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애플의 실적에 지나치게 연동된다는 점은 큰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애플 실적이 급락하거나 최악의 상황에서 애플이 공급처를 돌연 바꾸기라도 하면 LG이노텍은 그대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 점에서는 삼성전기가 유리해 보인다. 삼성전자가 같은 계열사인 삼성전기를 돌연 배제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삼성전기가 줄곧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도 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기의 매출에서 삼성전자 비중은 30% 밑으로 떨어졌다.

두 기업의 광학솔루션 경쟁은 필연적으로 메타버스나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4차산업 분야에서도 이어질 게 분명하다. 이들의 광학솔루션 기술도 4차산업에 발맞춰 진화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 광학솔루션의 어떤 지점에서 이들이 격돌하게 될 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