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수협중앙회가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금융지주사로 전환할 채비를 하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고금리와 고환율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현재 시장상황이 금융지주사 설립에 필요한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하기에 적절한 시점이 될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수협 금융지주 채비 지금이 적기, M&A로 비은행 계열사 늘린다

▲ 수협중앙회가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금융지주사로 전환할 채비를 하고 있다.


6일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2023년에 자산운용사 등을 인수하고 2030년까지 증권과 캐피탈 등을 인수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겠다는 로드맵을 세워놓고 있다.

수협중앙회의 로드맵은 모두 3단계로 짜여 있다.

수협중앙회는 수협은행을 자회사로 분리했던 2016년을 금융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한 1차 도약기로 삼았다.

정부로부터 받은 공적자금을 모두 상환해 수협은행의 배당금을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회복한 올해를 2차 도약기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수협중앙회는 2030년까지 비은행 계열사들을 확보해 어업인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돌려줄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외연확장 수단으로 수협중앙회가 생각하고 있는 방안은 ‘인수합병(M&A)’이다.

물론 증권, 캐피탈 등 금융사를 하나씩 새로 만들어 나가는 방식도 있을 수 있겠지만 기존에 시장에 뿌리를 내려 기반을 닦아놓은 회사들을 인수하는 방법이 금융지주 전환 시점까지 7년여 남짓 남은 상황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손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수협중앙회는 DGB금융지주가 2011년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한 이후 대구은행을 기반으로 빠른 속도로 인수합병에 성공하며 사업을 확장한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DGB금융지주는 2012년 캐피탈, 2013년 페이, 2015년 보험사, 2016년 자산운용사, 2018년 투자증권, 2021년 창업투자회사와 핀테크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수협중앙회는 금융지주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기 위해서는 DGB금융지주처럼 인수합병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방법이 가장 적합한 방식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수협중앙회는 최근 금융시장의 환경을 감안할 때 지금이 인수합병을 추진하기에 적절한 때라고 판단하고 있다.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 등으로 과거에 부풀려진 기업가치의 거품이 사라지면서 비교적 싼 가격에 비은행 부문 매물들을 사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 등에 따라 자금시장 경색이 심화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에 따라 중소 캐피탈과 증권사 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몸집 불리기를 노리는 수협중앙회로서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마침 메리츠그룹은 메리츠자산운용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고 KDB산업은행도 KDB생명과 MG손해보험을 매각할 준비를 하고 있는 등 시간이 갈수록 수협중앙회에 필요한 사업군의 매물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이러한 구상을 담은 로드맵을 조만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수협중앙회는 1일 공적자금 조기상환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어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이태원 참사로 기념식 일정이 잠정적으로 연기되면서 로드맵을 공개하지 못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금융지주회사 설립 로드맵은 아직 초안단계에 있다”며 “고금리일 때 자산운용사의 수익이 좋아 먼저 인수하려고 하고 있지만 계획은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