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적 자금지원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정성립 사장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단기차입금과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유동성을 시급히 확보해야 한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확보 부담 갈수록 커져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대우조선해양은 3월 말 기준으로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단기차입금의 규모가 4조5238억 원에 이른다. 1년 내에 갚아야 하는 회사채의 규모도 2조3530억 원이나 된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모두 1조2419억 원에 불과하다. 대우조선해양이 동원할 수 있는 유동성만으로는 단기차입금과 회사채를 갚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모두 3조2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받았지만 유동성 위기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수주가뭄으로 선수금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 컸다. 대우조선해양은 5월 말 기준으로 올해 상선 2척, 1억3천만 달러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이마저도 해외 자회사로부터 물량을 이관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채권단으로부터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은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대출할 수 있는 5천억 원과 산업은행이 유상증자 금액으로 남겨놓은 5800억 원 등 모두 1조 원 규모다.

정 사장은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만큼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자본확충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사장은 산업은행이 유상증자를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해뒀다. 대우조선해양은 3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추가 유상증자에 대비해 정관 내용을 변경했다.

그러나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지원을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앙골라 소난골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를 6월 말 인도해 모두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인도시점이 연기될 가능성이 존재해 유동성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정 사장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1조 원 가량의 인도자금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추가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확보 부담 갈수록 커져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정성립 사장의 발언은 최근 내부직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직원들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언급한 것”이라며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모든 임직원이 위기의식을 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정 사장은 자체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6월 말과 7월 말에 미국과 유럽 선사에 해양플랜트를 적기인도하면 2500억 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금융권이 그리스 선박박람회에서 수주한 유조선 4척에 대해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하면서 선수금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규모는 알기 어렵지만 척당 10%이상 선수금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약 700억 원을 확보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자구안에 담아놓았던 본사 사옥 매각을 8월 말까지 마무리해 1800억 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당장 9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4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