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장사업 구심 하만 역할에 물음표, 이재용 컨트롤타워 강화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사업과 전자부품, 자동차 전장 사업 간의 유기적 협력을 다지기 위해 이 분야 콘트롤타워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 내 자동차 전장(전자부품)사업 관련 계열사 사이 유기적 협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전장사업 계열 사이에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은 전장사업에서 계열사별 자율성을 강조하던 기존 경영 기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삼성그룹 전장 사업 내부의 분위기를 잘 아는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전장사업에서 계열사 사이 소통을 강화해 한 몸처럼 움직이는 LG그룹과 달리 삼성그룹은 전장사업에서 계열사 별로 지나치게 독립적 분위기를 띄고 있어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 글로벌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하면서 자동차 전장사업 강화에 힘썼다.

당시 하만 경영진이 인수의 최우선 조건으로 ‘독자경영’을 주장하면서 7년 동안 삼성전자와 하만 사이에는 인적 교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하만 이사회에 삼성전자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이 정도로는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어 보인다.

삼성전자는 하만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전장사업팀을 꾸렸지만 공동개발 정도의 협업만 이뤄질 뿐 기업문화 공유나 인사교류와 같은 움직임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계열사별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한 가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금까지 이어온 경영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만은 삼성전자에 인수된 뒤 줄곧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왔다.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 대금으로 9조4천억 원을 태웠지만 실적이 애초 기대보다는 부진했기 때문이다.

하만의 최근 5년 간 영업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2017년 600억 원, 2018년 1600억 원, 2019년 3200억 원, 2020년 600억 원, 2021년 6천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삼성전자 편입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5천억 원을 넘기며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거대기업 삼성전자 안에서 존재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인수합병 기업으로 자동차 전장 관련 기업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끊임없이 나오는 배경에도 기대에 못미치는 하만의 성장세와 관련이 깊다.

이재용 부회장은 올해 8월 특별사면을 받으면서 경영 보폭을 넓힐 수 있게 돼 전장사업에 대한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삼성그룹의 싱크탱크인 삼성글로벌리서치에서 전장사업 관련팀을 조직한 것도 이 부회장이 전장사업 경영에 신경을 쓸 것이라는 신호로 읽힌다.

더구나 이재용 부회장이 조만간 회장 자리에 올라 삼성그룹의 새로운 경영기조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이런 시각에 힘을 보탠다.

이재용 부회장은 주력 반도체와 스마트폰에 이은 다음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인공지능, 5세대 이동통신, 바이오와 함께 전장을 꼽으며 육성 의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사법리스크로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으면서 전장사업 역시 탄력을 극대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올해 5월 유럽 출장 뒤 변화하는 자동차 사업의 움직임을 실감하고 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그동안 정체됐던 삼성그룹의 전장사업에 대한 위기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헝가리 배터리 공장도 갔고 고객사인 BMW와 전장회사인 하만 카돈도 방문했다”며 “자동차 업계의 변화와 급변하는 상황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DS사업부에 배터리 계열사 삼성SDI 사업부장급이 참여하는 전기자동차 태크스포스가 있고 전기전자 계열사인 삼성전기 역시 적층세라믹커페시터(MLCC)와 자동차용 카메라 모듈 등 전장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그룹의 전기전자 계열사들은 각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최근 부진한 IT업황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업계와 전자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IT업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계열사 사이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미래차 관련 전장산업의 성장세에 올라타야 한다고 바라본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스마트폰과 PC 등 IT세트 수요가 급감하면서 IT세트 업체들이 재고조정에 나서고 있다”며 “성장하고 있는 미래차 중심 전장산업의 가치가 부각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