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손정의 만남, 삼성전자 ARM 앞서 로봇기업 인수 가능성도 떠올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음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미래사업에 대한 구상을 공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반도체 아키텍처(구조방식) 설계업체 ARM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기로 해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 추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세계 주요국들이 반도체산업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어 삼성전자가 소프트뱅크가 쥔 ARM 지분을 인수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이 부회장이 신사업으로 꼽은 로봇 분야에서 먼저 삼성전자 인수합병의 신호탄이 쏘아올려질 가능성이 나온다. 

2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로봇 분야에서 최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사업 확장 과정에서 유망 로봇기업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등기이사를 맡지 않은 이 부회장을 대신해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사업 발굴의 첫 행보는 로봇사업이다”이라고 말한 점이 이런 시선의 첫 번째 근거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DX부문장 직속조직인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키면서 전담조직을 강화해 로봇사업을 확대할 채비를 해뒀다.

그 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박람회 CES2022에서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삼성 봇 아이’와 가사도우미 로봇인 ‘삼성 봇 핸디’를 전시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4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고관절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로봇 ‘젬스 힙’ 시판전 신고를 하는 등 로봇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은 미국시장에서 각광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로 꼽힌다. 미국은 고령층과 퇴역 군인을 중심으로 웨어러블 로봇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고령사회 진입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고령층의 원만한 거동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확대될 공산이 큰 분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BIS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웨어러블 로봇 시장규모는 2020년 약 5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 무렵에는 88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우선 웨어러블 로봇을 출시한 뒤 서빙 로봇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 로봇으로 사업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유망한 로봇기업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의 벤처캐피털 삼성넥스트가 2018년 무렵부터 꾸준히 로봇관련 사업에 주목해왔다는 점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2년 상반기 말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을 124조675억 원을 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현금성 자산을 풍부하게 쌓아두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꾸준히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특히 일각에서는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올해 10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ARM과 관련된 논의를 한다고 직접 언급한 점을 놓고 ARM 인수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달아 나왔다.

하지만 여러 국가의 경쟁당국의 심사가 존재하고 있는 데다가 반도체 산업의 안보화 경향으로 인해 ARM 인수가 성사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 역시 만만치 않다.

ARM은 반도체 아키텍처를 제공하고 로열티로 대부분의 수익을 거두는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이다. 애플을 비롯해 퀄컴, 미디어텍,삼성전자 등의 주요 모바일 프로세서(AP)가 모두 ARM의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 이에 ARM을 놓고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중의 팹리스'라는 말도 나온다.

애초 미국의 세계적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엔비디아가 2020년 9월 400억 달러에 소프트뱅크로부터 ARM 인수를 추진했다. 그러나 반도체 독과점을 우려한 미국 영국 중국 등 세계 각국 당국의 규제로 올해 초 엔비디아는 결국 뜻을 접기도 했다.

다만 손 회장이 조성한 비전펀드가 코로나19에 따른 투자기업 가치의 급감과 글로벌 경기하락으로 천문학적 손실을 내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ARM 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인수합병 등 다양한 시도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 부회장과 손 회장 사이에 ARM 지분을 거래하는 내용도 논의의 대상에 오르겠지만 독과점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로봇사업이 인수합병 논의에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손 회장은 로봇산업에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 온 인물인 만큼 이와 관련된 공동투자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손 회장이 조성한 비전펀드 1호가 소유한 기업 가운데 로봇개발회사 ‘브레인코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손 회장은 지난해 온라인으로 개막한 ‘소프트뱅크 월드 2021’ 기조강연에서 일본경제의 부활은 스마트 로봇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당시 연설에서 “본격적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가 오고 있다는 예감을 느낀다”고 말하며 브레인코프, 애자일로봇, 오토스토어, 크루즈, 오로라 등의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2021년 8월 앞으로 3년 동안 로봇, 인공지능, 바이오 등 신사업에 24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이 가운데 특히 신성장동력으로 로봇사업을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사내 행사에서 "변화를 읽어 미래를 선점하자"고 자주 강조해왔던 만큼 시스템반도체뿐 아니라 로봇 등 신사업에서 조만간 과감한 인수합병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