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지존' LG엔솔 기업공개, '범접불가' 기록과 과제 함께 남겨

▲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가운데 오른쪽)과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가운데 왼쪽)이 1월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상장기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를 통해 남긴 것은 무엇일까?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기업공개시장에서 앞으로 깨지기 쉽지 않은 기록들을 세우면서 한국 자본시장이 그만큼 성장했음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주주에게 유리한 물적분할 방식을 선택한 뒤 기업공개를 추진함으로써 국내 자본시장의 한계를 드러냈고 과제도 안겨줬다.
 
27일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초가는 59만7천 원으로 형성됐고 시가총액 139조 원을 기록해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2위로 직행했다. 상장 첫날 거래 시작과 동시에 시총 2위까지 치고 올라간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다.

다만 이날 종가는 50만5천원으로 시초가 대비 15.4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총 2위는 유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공모와 상장에서 국내 기업공개 역사상 최고 기록을 줄줄이 갈아치웠고 '최초' 타이틀을 여러 개 만들었다. 

공모규모 12조7500억 원, 수요예측 주문금액 1경5203조 원, 청약증거금 114조 원. 모두 LG에너지솔루션이 기업공개 과정에서 갈아치운 최고 기록들이다.

공모규모 10조 원을 넘겼고 주문 금액이 '경 단위'에 이른 것도 처음이며 100조 원 이상의 청약 증거금이 몰린 것도 최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번에 세운 기록들은 한동안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범접불가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 이전의 최대 공모규모 기록은 4조8881억 원으로 2010년 삼성생명 기업공개 당시 세워졌다.

10년 넘게 깨지지 않던 기록인데 LG에너지솔루션이 압도적 차이로 최고 기록을 다시 쓴 것이다. 공모규모 12조7500억 원을 넘기려면 또 10년이 지나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1조의 1만 배에 이르는 '경 단위'의 주문이 밀려들었다.

최초로 1경 원을 돌파해 1경5203조 원이라는 초유의 주문금액을 기록했고 수요예측 경쟁률 역시 코스피 상장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2023대 1을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에는 114조 원의 증거금이 모여 최초로 100조 원을 돌파했다.

증권사별 중복청약이 금지된 이후 증거금 최고기록에 해당하는 카카오뱅크 58조 원의 2배 가까운 수준이다. 심지어 중복청약 금지 이전 기록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증거금 81조 원도 뛰어넘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증시 입성 사례는 국내 자본시장이 대규모 기업공개도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액주주 권리 보호에 미흡한 국내 자본시장의 한계를 뚜렷하게 보여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이 '물적분할 뒤 상장'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기존 LG화학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들이 물적분할 방식을 선택한 뒤 기업공개를 추진한 사례는 여럿 있었다. 지난해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 역시 각각 SK케미칼과 SK이노베이션에서 분할 설립된 회사들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2차전지 산업을 향한 미래 성장성 등에 워낙 관심이 높았기 때문에 물적분할 뒤 상장과 관련한 소액주주 보호 이슈가 더욱 부각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물적분할 제도를 손보고 소액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2021년 12월30일 “기업의 물적분할 이슈에 대해 법적 부분에서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장기업의 모·자회사 동시상장과 관련해 투자자 보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