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서 '순혈주의' 완전히 없앤다, 신동빈 인재육성 앞장세워

▲ (왼쪽부터)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 총괄대표,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백주환 캐논코리아 사원(신입사원 대표),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안세진 롯데그룹 호텔군 총괄대표가 20일 경기 오산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에서 개원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순혈주의를 깨는데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이날 열린 ‘2022 상반기 롯데그룹 VCM 회의(옛 사장단 회의)’에서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중장기적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지점을 3가지로 꼽았는데 첫 번째로 ‘인재육성’이라는 가치를 제시했다. 미래투자와 사회적으로 선한가치 창출이라는 그룹의 혁신 방향성은 인재육성 다음에 놓였다.

회의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된 사항도 인재육성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신 회장을 비롯해 롯데그룹 주요 경영진은 VCM에서 미래 주도형 인력구조와 평가체계 보완 등 인사관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고 롯데그룹은 설명했다.

사실 신 회장이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라는 점은 애초부터 예견됐다.

신 회장은 통상적으로 VCM 회의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었다. 하지만 올해는 경기 오산에 위치한 롯데인재개발원으로 장소를 옮겼다.

인재개발원은 각 재벌기업에게 인재 양성의 요람이다. 롯데그룹 역시 1993년 롯데인재개발원을 만든 뒤 현재까지 30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다.

신 회장이 1900억 원을 들여 재단장한 롯데인재개발원에 그룹 경영진을 불러 모은 것은 그룹 역량의 핵심이 인재에서 나온다는 점을 상기 시켜 경영 최일선에 인재를 배치해 달라고 당부한 것이나 다름없다.

20일 오전에 열린 롯데인재개발원 재단장 오픈 행사의 배경에는 ‘인재가 미래다’라는 현수막까지 걸렸다. 

신 회장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앞으로 ‘롯데그룹=순혈주의’라는 공식을 깨뜨리는데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은 수 년 전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혁신과 도전을 강조했지만 인사 측면에서는 다소 보수적 기조를 유지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 회장이 도입한 롯데그룹의 BU(비즈니스 유닛)체제에서 주요 BU장을 맡은 인사들이 모두 ‘정통 롯데맨’이었다는 점이 이런 해석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이런 보수적 경영기조 탓에 롯데그룹은 좀처럼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롯데그룹에 영입된 IT(정보기술) 관련 외부 인재들이 롯데그룹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그의 인재 경영 의지가 확고하게 드러난 것은 2021년 11월 말 실시된 정기 임원인사다.

신 회장은 당시 롯데그룹 사업군을 모두 6개로 나누면서 이 가운데 주요 사업군인 유통군과 호텔군 총괄대표에 김상현 전 DFI리테일그룹 대표와 안세진 전 놀부 대표를 앉혔다. 롯데쇼핑의 핵심이자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롯데백화점 대표에는 라이벌 신세계백화점의 정준호 대표를 발탁하기까지 했다.

롯데그룹 안팎에서 “롯데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동빈 회장이 칼을 빼들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파격적 인사였다.

신 회장이 단행한 임원인사로 그룹의 중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사실상 외부 인재로 채워졌다.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와 정준호 백화점사업부 대표, 강성현 마트사업부 대표, 나영호 이커머스사업부 대표 등은 모두 비(非) 롯데 출신이다. 남창현 슈퍼사업부 대표만 ‘나홀로 롯데맨’이다.

물론 외부 인재만 소중히 여기겠다는 뜻은 아니다. 신 회장은 내부 직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도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신 회장이 1월부터 도입한 사내 구인 플랫폼 ‘인커리어’는 계열사를 구분하지 않고 인재육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겠다는 의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