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유럽 시장에서 현지 대표 자동차업체인 르노를 제치려고 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를 앞세워 유럽에서 판매량을 대폭 늘린 데다 올해 유럽공장에서 전용전기차 생산체제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르노를 넘어 유럽시장 ‘톱3’ 진입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올해 유럽서 르노그룹 넘을까, 정의선 전기차 더 민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현대차그룹이 미국 및 유럽에서 전용전기차의 현지 생산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지웅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2022년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의 기업가치를 결정할 핵심 변수는 미국 및 유럽에서 현대차그룹 전용전기차 플랫폼인 E-GMP 차종의 현지화에 대한 의사결정이 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유 연구원은 “유럽에서 최대 경쟁모델인 폴크스바겐그룹의 ID시리즈 양산이 2022년 본격화되기 때문에 현대차그룹도 현지화를 통해 이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체코에, 기아는 슬로바키아에 각각 현지 공장을 두고 있다. 현대차의 체코공장에서는 코나EV를 생산하고 있어 기아 슬로바키아 공장이 전용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지난해 유럽에서 현지 자동차브랜드인 BMW그룹을 제치고 판매 기준 4위에 오른 만큼 올해 전용전기차 판매를 본격화하면서 르노그룹을 추격할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21년에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에서 101만8563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과 비교해 판매량이 21.1%나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유럽 자동차시장 규모가 다소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지난해 판매량 증가는 의미가 크다.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 자동차시장 규모는 1년 전보다 1.5% 감소한 1177만4885대로 조사됐다.

점유율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현대차그룹은 유럽에 진출한 이후 최대 시장점유율인 8.7%로 나타났다. 2020년과 비교해 1.7%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 3위인 르노그룹의 점유율은 9.3%로 현대차그룹과 0.6%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올해 역전도 가능한 격차다. 르노 앞 순위는 폴크스바겐과 스텔란티스그룹이 차지하고 있다. 

물론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속에서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반도체를 조달하고 차량 생산 일정을 조정하면서 지난해 경쟁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증가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아이오닉5와 EV6 등 전용전기차를 포함해 지난해 친환경차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유럽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만큼 올해도 친환경차 라인업 확장에 따라 판매량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도 현대차그룹의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해외출장을 마치고 귀국해 기자들과 만나 현지시장에서 현대차그룹 이미지가 더욱 좋아지고 있는 것을 느끼냐는 질문에 “앞으로도 더 많이 높여야 한다”며 “(유럽시장) 사업 관련해서 보고 왔다. 저희 차가 그래도 판매되고 있는데 전기차 판매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올해 유럽에서 제네시스의 전기차인 GV70EV와 아이오닉6을, 기아는 신형 스포티지와 신형 니로(전기차, 하이브리드) 등의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해 유럽에 출시한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의 EV6 판매를 본격화하면 전기차에서 상당한 라인업을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유럽에서 3위를 하고 있는 르노그룹의 새 전기차인 르노5 EV의 출시는 2025년인 만큼 상대적으로 라인업에서 앞설 가능성이 크다는 시선이 많다.

더구나 스포티지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포함하고 있어 판매량 확대의 주축이 될 수 있다.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의 가파른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이 3위에 오를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에서 2021년 1~3분기 신차 판매량에서 가솔린은 39.5%, 하이브리드는 20.7%, 디젤은 17.6%, 배터리 전기차는 9.8%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솔린차의 비중이 높지만 친환경차(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배터리전기차)로 보면 이들의 신차 비중은 39.6%로 가솔린을 소폭 앞선다.

판매 증감율에서 따져보면 확실히 친환경차 상승 추세가 가파르다.

실제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에서 2021년 3분기까지 가솔린차는 모두 381만7070대가 팔려 1년 전보다 판매량은 12.7%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배터리형 전기차(BEV)는 91.4%,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는 121.2%, 하이브리드차(HEV)는 90.7%나 늘었다.

현대차그룹이 유럽시장에서 가장 빨리 모든 자동차를 전동화하겠다는 계획도 세운 만큼 전기차 판매 확대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에 참여해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2035년부터 유럽에서는 모든 신차를 전기차를 판매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존 계획인 주요시장에서 2040년까지 전동화 모델만 판매하겠다는 계획과 비교해 유럽에서는 5년 앞당긴 것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유럽의 친환경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올해 자동차 라인업을 확대하겠다"며 "이를 통해 유럽에서 자동차 판매 증가세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