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HDC현대산업개발 붕괴사건의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현장에서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광주 아파트 붕괴사건의 불똥이 현대건설에 튈 수도 있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 붕괴사건 현대건설에 불똥 튈까, 윤영준 예의주시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18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도시정비를 추진하는 조합들이 HDC현대산업개발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월11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한 뒤 HDC현대산업개발에서 시공권을 따낸 사업지에서 계약 철회를 요청하거나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를 거부하는 사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광주 북구 운암3단지 재건축조합과 학동4구역 재개발조합은 HDC현대산업개발과 시공계약 해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동4구역은 지난해 6월 철거건물 붕괴사고가 난 곳으로 18일 열리는 조합 이사회에서 시공계약 해지를 조합원 총회 안건으로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운암3단지 재건축사업(3214세대)은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 한화건설 3사가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한 사업지로 광주시 명령에 따라 공사가 중단됐다. 

이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맺어 추진하고 있는 도시정비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윤영준 사장은 이런 HDC현대산업개발 배제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현대건설이 HDC현대산업개발과 추진 중인 3곳의 도시정비사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대건설은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서울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공사비 8357억 원), 둔촌주공(공사비 2조6천억 원), 대전 대동4·8구역 재개발(공사비 5366억 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조합 내부에서는 아파트 단지이름에서 아이파크를 빼야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업은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에서 2017년 9월에 각각 50%의 지분을 나눠가지며 수주한 사업지로 지난해 7월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로 분양도 끝났다. 101~137동은 HDC현대산업개발에서, 138~174동은 현대건설이 짓고 있다. 

하지만 대전 대동4·8구역 재개발조합은 시공사 변경을 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를 변경하면 사업에 차질이 생겨 조합원 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주관사로 지분 51%를 확보해 현대건설(49%)과 2020년 7월 수주를 따냈다.

둔촌주공은 현대건설이 주관사로서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2016년에 따낸 곳으로 지분율은 25% 안팎으로 서로 비슷하다.

분양가상한제 영향으로 분양이 2021년에서 2022년으로 밀렸는데 최근 공사비 증액문제를 두고 조합과 시공단이 다투고 있는 상황에 HDC현대산업개발의 신뢰성 문제까지 불거진 상황이라 분양 일정이 더욱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과 함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도시정비사업지의 조합에서 어떠한 공식적 요청도 없었다”며 “다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라는 이름 자체가 앞으로도 건설 시장에서 짐이 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현대건설은 주택 브랜드 ‘힐스테이트’와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써 직접적으로 현대가 주택 브랜드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을 같은 계열사로 잘못 알고 있어 오해를 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HDC현대산업개발은 경기 관양동 현대아파트 수주를 위해 회사 이름을 ‘현대산업개발’이 아닌 ‘현대 아이파크’로 홍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이 ‘현대’라는 이름을 내세워 사업참여제안서, 주민설명회, 영업활동, 단지 내 현수막 등의 영업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1305세대 규모로 한때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에서 누가 지었는지 원조 논란이 일었던 곳이기도 하다. 현대건설은 이 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대건설은 1976년 주택부문사업을 위해 설립한 한국도시개발이 관양동 현대아파트를 지었기 때문에 이 단지를 지은 건설사라고 주장했다. HDC현대산업개발에서는 현대건설과 한국도시개발은 현대그룹 내 별개법인으로 대표이사도 따로 있었다고 반박했다. 

실제 한국도시개발은 1976년 현대건설 주택사업부가 독립하며 창설된 회사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한국도시개발과 한라건설이 1986년 합병해 탄생했다. 그리고 1999년 8월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 됐다. 

현재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의 일부 조합원들은 입찰보증금을 돌려줄 테니 떠나달라는 현수막을 단지 내에 걸며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과 주택 브랜드에서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힐스테이트와 디에이치의 브랜드 가치를 공고히 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