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 안방의 '세월호 참사'

김재창 기자
2016-04-22 18: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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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망, 안방의 '세월호 참사'
 

▲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소환조사 관련 피해자입장발표 및 검찰 내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센터 설치요구 기자회견'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가습기살균제 제조 및 판매사 소환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은 1528명의 피해신고자 가운데 무려 239명이 사망한 ‘안방의 세월호’라고 할 수 있는 대형참사다.

이 사건은 2011년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질환으로 100명이 넘는 산모와 어린 아이들이 잇따라 숨지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당시 가습기를 제조.유통시킨 업체들은 자신들의 과실을 숨기거나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고 당국은 사실상 감독 의무를 방기한 채 뒷짐만 지면서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가 버렸다.

이 과정 속에서 억울하게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잃은 수백명의 피해자 가족들은 어디 한곳 하소연할 곳도 찾지 못한 채 지옥과도 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

검찰 수사로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다.

검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영국계 기업 옥시레킷벤키저(옥시)는 처음부터 살균제에 인체에 유해한 독성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옥시에 대해 ‘과실치사’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유족의 주장이 결코 과한 것이 아니란 얘기다.

검찰은 유해성분이 포함된 살균제 시판이 영국 본사의 승인을 거쳤다는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리해 보면 옥시의 ‘살인 살균제’는 영국 본사의 승인 아래 한국 소비자들을 ‘실험쥐’ 삼아 이 제품의 독성실험 대상으로 삼았다는 뜻이 된다.

검찰은 영국 본사 책임자를 직접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본사 책임자들이 조사를 거부할 경우 범죄인 인도 청구에 따른 소환도 검토하고 있다.

옥시 측은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고 여론이 악화되자 사망 사고 발생 5년 만인 21일에서야 사과성명을 내놨는데 유족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옥시가 홍보대행사를 통해 이메일로 기자들에게 보낸 사과문에 ‘사회적 책임을 통감한다’는 구절과 함께 ‘안전관리 수칙을 준수했다’ ‘상당 부분의 사안이 법원 조정절차를 통해 종결됐다’ ‘피해자가 원하는 부분을 이해하고 경청해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했다’는 면피성 문구가 함께 적시돼 있었다.

한 피해자 가족은 “361회나 1인 시위를 하고 수십차례 기자회견을 해도 옥시는 문전박대만 했다”며 “이게 경청한 것인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2010년 한해 우리나라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의 숫자는 1천만명을 넘는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잠재적 피해자는 무려 227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망자와 피해자 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5월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례를 추가로 접수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22일 “정부 고시로 지난해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정했던 피해조사 신청 접수기간을 없애고 당분간 계속 피해사례를 조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많이 늦었지만 피해자 가족들에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조사신청을 원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신청서와 함께 신분증 사본, 진료 기록부, 엑스레이, CT 등 의료기관 진단 자료를 준비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02-3800-575)에 제출하면 된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 책임소재를 한점의 의혹없이 투명하게 밝혀내고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 아울러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는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수백명의 꽃다운 영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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