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조합의 일방적 시공사 지위해지에 법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재건축조합 등의 결정으로 시공사 지위를 잃더라도 다른 수주에 영향을 우려하면서 법적 대응에 나서지 못했지만 최근 대우건설이 신반포15차 시공자 지위해제 관련 소송 2심에서 승소하자 판례를 검토하며 적극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태영건설 GS건설 시공사 해지에 법적 대응 적극, 대우건설이 길 닦아

▲ 대우건설이 제시한 신반포 15차 재건축 사업 조감도. <대우건설>


28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시공사 지위를 해지당한 건설사들이 조합 결정에 위법한 사항이 있는지 면밀히 살피고 소송에 나서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시공사를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건설사들은 사업을 진행하며 시간과 비용을 들인 것에 보상을 받고 이에 더해 계약해지 과정에서 위법한 사항이 있다면 소송을 통해 시공사 지위를 회복하기를 원하고 있다.  

태영건설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태영건설은 포항 장성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계약해지를 두고 해지와 관련해 위법한 사항이 있다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25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 사업은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 1232번지 일대에 지하 4층~지상 35층, 20개 동 규모의 공동주택 2433세대 및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전체 계약금액은 4975억 원으로 태영건설과 포스코건설이 2020년 12월29일 함께 수주했다. 지분율은 각각 50%씩이다. 

장성동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은 23일 조합원 임시총회를 열어 태영건설과 포스코건설의 시공사 지위를 해지했다. 이는 높은 공사단가에 관해 불만을 가진 조합원들이 이의를 제기해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신반포15차 판례에 따라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이번 계약해지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태영건설과 법적 문제 등 제반사항을 검토한 뒤 대응방안을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해지결과를 두고 조합원 사이에서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약금도 있고 사업이 지연됨에 따라 대출이자와 사업경비가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GS건설도 대전 장대B구역을 두고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사업은 공사비만 8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대전 최대 규모의 재개발사업으로 꼽힌다. 

장대B구역 재개발조합은 GS건설의 사업의지가 부족하다며 8월 총회를 열고 시공사 자격을 해지하고 시공사를 다시 선정하려는 과정을 밟고 있다. 

조합에서는 GS건설이 사업절차를 책임지고 진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개월 동안 보여준 것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합이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위해 시공사 교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GS건설은 언론 매체를 통해 계약해지 사유에 관해 조합과 이견이 있었다며 계약해지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에서 공사비 변경이나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바라며 아무런 근거없이 시공사를 일방적으로 교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약 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합의했던 사항들인데 일부 조합원들이 다른 지역 사례에서 좋은 점만 뽑아보면서 불만을 키우고 뒤늦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시공사 해지요건이 선정요건보다 쉬워 조합에서 시공사와 갈등을 겪을 때 기존 시공사와 합의점을 찾기보다 시공사를 해지하고 새 시공사를 찾는 경향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사를 선정할 때는 조합원의 50% 이상이 참석해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결정해야 하는데 시공사를 해지할 때는 조합원의 10% 이상 참석에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결정할 수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시공사가 계약상 위반사항이 없어도 조합이 일방적으로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해지하는 관행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건설사들은 시공사 자격을 잃더라도 소송에 나서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들은 조합을 상대로 시공자 지위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나 조합과 싸우는 건설사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다른 수주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속에 서울 강북구 신월곡1구역 도시정비사업조합이 20일 개최한 임시총회에서 롯데건설과 한화건설이 시공사 지위를 유지한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이 시공사인 롯데건설ㆍ한화건설 컨소시엄에 롯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르엘을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자 시공사 해지총회를 개최했지만 부결됐다.

최근 건설사들이 위법 여부를 따지며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변화를 감안하고 무리한 교체보다는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조합원들이 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