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연이어 대형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을 상장하면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스팩상장은 중소형증권사들이 주로 다뤄왔는데 NH투자증권은 대형증권사임에도 이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코스피 코스닥 대형스팩 활발한 상장으로 경쟁력 차별화

▲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27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NH투자증권은 올해 4개의 스팩을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을 인수합병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서류상 회사다. 3년 안에 비상장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합병에 실패하면 상장폐지된다.

NH스팩19호는 지난 5월 코스피시장에 상장됐다. NH스팩20호는 일반청약을 끝내고 10월5일 코스닥시장 입성을 앞두고 있다. 

NH스팩21호는 10월5~6일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NH스팩22호는 8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4개 스팩의 전체 공모규모는 161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이 전신인 우리투자증권 시절부터 지난해 말까지 상장한 18개 스팩의 전체 공모규모가 2240억 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큰 규모다.

스팩은 2010년 도입된 뒤 대부분 100억 원 안팎의 공모 규모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중소형기업들의 우회상장 통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은 대형스팩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5월 NH투자증권은 960억 원 규모의 NH스팩19호를 코스피시장에 상장했다. NH스팩19호는 국내 스팩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인 데다 약 11년 만에 코스피시장에 입성하는 스팩이라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어 증시 입성을 앞둔 NH스팩20호의 공모규모는 400억 원으로 코스닥에 상장되는 스팩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다.

NH스팩20호는 최근 23~24일 진행된 일반청약에서 경쟁률 481대 1, 증거금 약 4조8천억 원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14~15일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서도 1077.4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NH스팩20호가 10월 상장을 마치면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 각각 대형스팩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스팩합병을 통한 상장은 보통의 직상장에 견줘 신속하게 증시에 입성할 수 있고 거래소 심사, 공모주 청약 부진, 증시환경 변화 등의 외부변수가 적다. 또 공모규모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이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미국에서는 스팩을 통한 상장이 주요 상장통로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미국 뉴욕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450개) 가운데 스팩상장이 248개에 이르러 절반을 넘어섰다.

NH투자증권은 빠른 자금조달을 원하는 중대형 기업이나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졌지만 적자 지속 등으로 상장 여부가 불확실한 유니콘기업 등에게 직상장 외에 대형 스팩합병 등 새로운 상장통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스팩 상장 과정에서 인수수수료, 합병 과정에서 자문수수료, 초기 투자금 투입에 따른 엑시트 등으로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기업공개(IPO)시장에서 전통적 강자로 꼽히는 대형증권사이지만 중소형증권사들이 주로 다루는 스팩합병 부문에서도 꾸준히 존재감을 보여왔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까지 상장된 18개 스팩 가운데 11개의 스팩합병을 마무리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지난해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무벡스의 스팩합병을 이끌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대무벡스는 자금조달을 위한 빠른 상장에 초점을 맞추고 대기업 계열사로는 이례적으로 직상장 대신 스팩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