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사진적 정의는 이렇다. 묵은 풍속이나 관습, 조직, 방법 등을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한다.

좀 더 폭넓게 해석하자면 기존에 문제가 있거나 아쉬웠던 분야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면서 사람들의 삶을 더욱 나은 쪽으로 이끄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범수 카카오를 혁신할 때다, '더 나은 세상'이라는 초심이 유일한 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이제 다시 혁신의 칼자루를 쥐어야 한다.

카카오를 위한 혁신이다. 

김 의장은 카카오의 갑횡포 논란에 대응해 상생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혁신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꾸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사업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갑횡포 논란을 빚었던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폐지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파트너기업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기금 3천억 원 조성, 지주사 격인 케이큐브홀딩스의 사회적 가치 창출 집중, 북미와 동남아 등을 겨냥한 글로벌사업 확대 등도 제시했다. 

카카오는 그동안 ‘카카오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국내 사업을 넓혀왔다. 사람들이 생활 곳곳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와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결국 김 의장은 기존의 경영목표를 일부 포기하면서 사업방향을 돌리는 강수를 선택했다.

김 의장 스스로도 “카카오와 모든 계열사는 지난 10년 동안 추구했던 성장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카카오를 향한 강한 반감에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있을지 회의적 시선도 만만치 않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카카오의 상생방안에는 막강한 플랫폼을 이용한 독과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대책이 빠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카카오와 김 의장은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카카오톡은 2010년 출시 당시 스마트폰을 통한 ‘무료 메시지’와 ‘단체대화방’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이에 힘입어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모바일시대를 앞당겼다.

카카오뱅크는 은행권에 디지털 전환 바람을 불러온 '메기'로 불린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출범 초반에는 모바일 모빌리티플랫폼을 선보이면서 소비자의 강력한 지지를 얻었나.

이런 혁신은 카카오와 김 의장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카카오는 대기업집단 반열에 올랐고 계열사 수도 2020년 기준 118곳에 이른다. 김 의장은 2021년 기준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보다 많은 자산을 손에 쥐게 됐다.

카카오와 김 의장은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태생)로 대표되는 청년층의 선망으로 떠올랐다. 각종 취업사이트의 조사결과만 봐도 카카오는 구직자가 가고 싶은 기업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김 의장과 카카오를 향한 선망은 한순간에 사늘해졌다.  김 의장과 카카오의 혁신을 향해 과연 누구를 위한 혁신이가 하는 의문이 사람들의 마음에 싹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생태계는 어느 순간 문어발 확장으로 비쳐졌다. 카카오가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마다 ‘카카오당하다’라는 신조어가 비유로 등장했다. 

카카오 계열사들이 카카오톡 플랫폼 지배력을 더 강화할 때마다 중소상공인들은 밥그릇을 빼앗긴다고 아우성을 냈다.

김 의장이 이번 상생방안으로 대응에 나섰지만 김 의장과 카카오는 누구를 위해 혁신을 해왔고 앞으로 할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는 한 백약이 무효가 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카카오의 이번 상생방안은 형식과 내용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며 “지금은 카카오와 김 의장이 쌓아왔던 좋은 이미지가 한순간에 나빠질 수 있는 위기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구저신(反求諸身)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 잘못됐을 때 남을 탓하는 대신 잘못의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아 고쳐 나간다는 뜻이다. 

김 의장이 돌아봐야 할 말이다. 카카오의 혁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카카오 자체를 혁신해야 한다.

김 의장은 혁신을 통해 더욱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해왔다. 더 나은 세상, 그 초심으로 돌아가야 비로소 길은 보인다. 그래야 카카오답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