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남권 최대규모 재개발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관악구 신림1구역 재개발조합이 컨소시엄 입찰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건설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건설업계는 컨소시엄을 꾸려 입찰에 참여해 사업의 위험성을 줄이고 과도한 경쟁을 피해왔는데 최근 신림1구역에서 컨소시엄 입찰을 두고 부정적 시선이 커지고 있어 이 사업과 관련된 건설사들은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재개발 1조 규모 신림1구역 컨소시엄 입찰 거부 움직임, 건설사 촉각

▲ 서울시 관악구 신림1구역 조감도. <한국토지신탁>


8일 건설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신림1구역의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컨소시엄 입찰을 금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8월31일 마감된 신림1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 입찰 마감 때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가 GS건설을 주관사로 한 컨소시엄을 꾸려 단독으로 참여한 데 따른 것이다. 

신림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컨소시엄을 허용하면 건설사들끼리 경쟁하지 않아 더 좋은 아파트 브랜드를 제안하지 않게 되면서 아파트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책임이 분산되면서 향후 하자보수에서 떠넘기기 현상이 나타나고 품질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선이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컨소시엄을 향한 부정적 시선이 커지자 입찰에 참여한 GS건설 컨소시엄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나서고 있다. 

GS건설은 신림1구역에 들어설 아파트 이름에 붙을 브랜드는 조합원들이 총회를 통해 결정한다는 내용을 사업제안서에 명시했다. 

컨소시엄으로 사업을 수주함에 따라 ‘자이’,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과 같은 각 건설사 고유의 아파트 브랜드를 쓰지 못하게 되고 이에 따라 아파트 가치도 하락할 수 있다는 조합원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컨소시엄으로 시공할 때는 건설사들의 고유 아파트 브랜드 대신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 아파트에 붙이는 일이 많았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HDC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았으며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은 대우건설‧현대건설‧SK건설 컨소시엄이 사업을 맡았다.

GS건설 컨소시엄은 공구 분할에 따른 부작용은 '공동이행방식'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이 방식은 대표건설사 한 곳에서 모든 공사를 지휘함으로써 기술력과 효율성을 높이면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준공 이후 발생한 하자도 대표건설사인 GS건설이 3사 통합 AS센터를 통해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GS건설 관계자는 “건설사가 경쟁입찰로 참여하면 경쟁이 과열됐을 때 불필요한 비용을 쓰게 된다”며 “하지만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꾸리게 되면 이러한 불필요한 비용은 줄일 수 있으며 품질을 높이는 데 힘을 쏟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컨소시엄 전략으로 과도한 경쟁을 피해왔다. 

또 규모가 큰 사업지에서는 컨소시엄을 꾸려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위험도를 낮춰 왔다. 

하지만 이번에 신림1구역에서 컨소시엄을 향한 부정적 시선이 커지고 건설사들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며 ‘컨소시엄 금지’ 조항을 내걸어 다시 2차 입찰 공고를 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컨소시엄을 꾸린 건설사들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최근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꾸려 입찰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있는데 이같은 부정적 기류가 번진다면 컨소시엄을 애초에 금지하는 도시정비사업지가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8월 한 달 동안만 해도 현대건설·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서울 성동구 금호동 금호벽산아파트 리모델링사업을 수주했으며 포스코건설과 GS건설은 컨소시엄을 꾸려 부산 서금사4구역 재개발사업을 따냈다. 

대전 동구 성남동3구역 재개발사업은 대우건설·GS건설·포스코건설이 컨소시엄을 꾸려 사업을 수주했다. 

신림1구역 재개발사업은 사업비만 1조 원이 넘어 서울 서남권의 최대 재개발사업으로 꼽힌다. 

신림1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808-495번지 일원 22만여㎡의 부지에 지하 2층~지상 29층 42개동 규모로 공동주택 3961가구, 오피스텔 100실, 근린생활시설 등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추정사업비만 1조537억 원에 이른다. 

8월9일 열린 현장설명회에서는 컨소시엄을 꾸려 입찰에 참여한 3개 건설사 이외에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호반건설 등 모두 10개 건설사가 참여해 입찰 흥행이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GS건설·현대건설·DL이앤씨 컨소시엄 한 곳만 입찰에 참여해 유찰됐다. 

신림1구역 재개발조합은 25일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 재입찰 공고를 취소한 뒤 다음달 조합원 총회에서 의결을 통해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