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준 BGF리테일 대표이사 사장이 대용량 제품의 ‘무료배송’을 앞세워 대형마트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BGF리테일은 무료배송 상품을 자체개발(PB)상품 위주로 구성해 배송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BGF리테일 대형마트 영역도 넘본다, 이건준 ‘대용량 무료배송’ 앞세워

이건준 BGF리테일 대표이사 사장.


BGF리테일은 2일 멤버십 애플리케이션 ‘포켓CU’에서 대용량 생필품 예약구매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20kg의 쌀과 10kg의 포기김치 등 그동안 부피나 무게 때문에 편의점에서 취급하지 않았던 대용량 생필품을 무료로 배송해준다. 오후 1시 이전에 접수된 주문은 다음날 출고되는 방식이다.

BGF리테일은 그동안 이커머스시장 진출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에 투자하는 대신 네이버, 카카오, 요기요, 페이코 등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해 제휴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커머스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정은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다른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결국 오프라인 편의점 가맹점의 매출을 잡아먹는 시장 잠식(카니발라이제이션)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2020년 10월 배달의민족의 B마트에 이어 요기요의 요마트가 론칭되자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성명문을 통해 “이커머스기업이 슈퍼마켓과 편의점, 중소형 마트 등 전통적으로 소매업종에서 취급하는 식재료와 생활용품, 애견용품 등을 집중적으로 공급하고 있어 골목상권의 붕괴는 필연적”이라고 주장했다.

이건준 사장은 이번에 새롭게 포켓CU에서 무료배송하는 제품의 판매는 가맹점주의 수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고객은 상품을 주문할 때 점포를 선택해야 하며 이는 점포의 매출로 집계돼 가맹점주의 추가 수익원이 되도록 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점주가 온라인 상품을 보관해 전달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 이는 곧 서비스 매출로 인식될 것이다”며 “가맹점주 입장에서 추가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무료배송서비스는 편의점이 대형마트가 취급하던 품목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다는 의미도 있다.

그동안 편의점은 공간의 제약성 때문에 대용량의 제품을 판매할 수 없었다. 과자도 편의점용과 대형마트용이 구분되는 등 편의점은 ‘소형 생필품 판매점’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제 용량이나 무게 등에 구애받지 않게 배송서비스를 실시함으로써 대형마트와 경쟁구도가 형성할 수 있게 됐다. 이미 편의점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대형마트의 장보기 수요를 일부 흡수하고 있다. 

이 사장은 무료배송 상품을 자체개발(PB)상품 위주로 구성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과거에는 자체개발상품이 대형마트 위주로 만들어졌다.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일정 물량 이상을 만들어야 하는데 매출 규모가 큰 대형마트만이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는 수준의 물량을 발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1인가구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편의점들의 매출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편의점 자체개발상품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BGF리테일의 자체개발 상품은 2019년 300개 수준에서 현재 4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자체개발상품은 일반상품보다 저렴한 만큼 BGF리테일은 이커머스나 대형마트와 비교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또 자체개발상품은 마진이 좋아 BGF리테일은 이를 통해 무료배송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편의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편의점의 자체개발상품이 잘 팔리다보니 최근에는 공장에서 먼저 연락이 오고 계약도 유리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편의점의 자체상품 개발 능력이 이커머스 경쟁에서 강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