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모든 절차를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새 주택담보대출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신한은행은 궁극적으로 대출 등 모든 소매금융상품을 완전히 비대면으로 전환한다는 그룹 차원의 목표에 맞춰 카카오뱅크 등 경쟁사에 대응할 방법을 찾고 있다.
 
신한은행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서둘러, 인터넷은행에 안 밀린다 각오

▲ 진옥동 신한은행장.


29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고객의 대출 실행절차를 영업점 방문없이 진행하도록 한 주택담보대출이 8월 출시를 목표로 두고 개발되고 있다.

신한은행을 포함한 주요 시중은행들은 상반기에 잇따라 비대면으로 신청할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상품을 출시하고 마케팅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이 상품은 비대면으로 대출을 신청하더라도 영업점을 방문해 근저당권설정 등 일부 서류를 작성해야만 절차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비대면 대출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신한은행이 현재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대출상품은 외부 법무대리인과 협약을 통해 이런 절차를 대리인이 대신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차별점을 앞세우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일부 절차를 대신 진행하기 때문에 고객의 관점에서는 영업점을 전혀 방문할 필요가 없는 수준의 비대면화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출시는 신한은행의 중장기 사업전략 측면에서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신한은행이 궁극적으로 대출 등 개인고객 대상 소매금융상품 전체를 비대면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추진해나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허영택 신한금융지주 경영관리부문장은 27일 상반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은행 소매금융상품을 장기적으로 100% 비대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은 물론 대환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다른 소매금융상품도 고객이 영업점 방문없이 모든 절차를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영업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이 비대면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뤄낸다면 신한카드와 신한생명, 신한금융투자 등 다른 소매금융 전문 계열사도 이런 변화에 확신을 두고 영업방식 재편에 속도를 낼 공산이 크다.

그룹 차원에서 속도를 내고 있는 영업채널 비대면화에 신한은행이 선봉에 선 만큼 비대면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운영돼 시장에 안착하는 일이 중요하다.

신한은행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출시는 카카오뱅크 상장을 계기로 본격화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영역 확대에 대응할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은 카카오뱅크가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기반으로 진출하겠다고 밝힌 핵심사업이다.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과 달리 고객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을 앞세우고 있었는데 신한은행이 같은 서비스로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잡고 있는 셈이다.

신한은행이 예정대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카카오뱅크보다 먼저 출시하고 다른 대출 등 금융상품에도 비슷한 체계를 적용해 나간다면 비대면 영업채널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케이뱅크와 연내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 등 다른 인터넷전문은행도 비대면 기반의 주택담보대출 및 중금리대출로 영역 확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신한은행이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비대면 대출 실행은 사진촬영을 통한 서류 수집, 온라인등기 등 기술적 측면에서 어렵지 않다”며 “법적 문제는 외부 법무대리인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비대면 영업채널 전담조직을 확대해 왔고 올해 하반기부터 조직 규모를 키워 영업점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내놓고 꾸준히 변화를 추진해 왔다.

이런 변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궁극적으로 신한은행의 모든 소매금융상품을 비대면 영업채널에서만 판매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도 충분히 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

온라인 서류제출이 불가능한 일부 금융상품은 금융당국 규제 등을 이유로 비대면 전환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신한은행은 규제완화를 대비해 준비작업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허 부문장은 “금융상품 비대면화에 필요한 규제 등 부분은 금융당국에서 소비자 편의를 고려해 점차 개선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간이 지나면 점차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