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임기를 9개월 남짓 남겨놓고 있다.

남은 기간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지 못하면 집값을 크게 올려 놓은 정부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부동산 가격 잡으면 피자 한 판' 문재인, 약속 지키기는 어려워 보여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더 내놓을 수 있는 부동산대책이 제한적인 데다 정치권이 대통령선거체제에 돌입하면서 정책 추진동력도 약화돼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안정세를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5일 증권업계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하반기에도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정부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한 경기부양정책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히는데 하반기에도 이 여파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관리하고 주택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올해부터 대출금리 인상과 대출한도 축소 등을 은행에게 요구하는 등 금융안정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순증규모는 30조4천억 원에 이른다. 2020년 상반기(32조2천억 원)와 비교해 순증 규모가 소폭 줄어든 것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2019년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순증규모는 18조5천억 원으로 올해 상반기보다 40% 가까이 낮았다.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행위)의 비중이 반등하는 것도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의 갭투자 비율은 올해 4월 52%를 보였다. 2020년 12월부터 석 달 동안 40% 중반대를 유지하다가 3월에 30%까지 낮아졌지만 다시 반등하면서 주택시장이 ‘관망세’에서 ‘매수세’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무주택자의 구매여력을 고려할 때 상당수가 전세자금대출이나 신용대출을 이용해 갭투자 방식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갭투자 확대가 주택시장 버블을 심화하는 주된 요인이다”고 바라봤다.

주택 가격의 상승세를 막기 위해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도 바닥을 보인다.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혜택 폐지에 이어 종부세와 양도세 인상 카드, 공급 확대대책까지 내놓은 상황에서 추가로 낼 수 있는 정책이 많지 않다.

여당과 합을 맞춰 추가 대책을 고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대선체제에 들어간 상황이라 실효성 있는 정책이 추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규제를 통한 부동산시장 안정화라는 궤도를 수정하려는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도 부동산시장에 혼란을 더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6·17, 7·10 부동산대책을 통해 부동산 취득과 보유, 처분 등 부동산과 관련한 모든 단계의 세금부담을 강화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국회는 2020년 8월 본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양도소득세 강화를 뼈대로 하는 법안들을 처리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부과 기준선을 상위 2%에만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려고 한다. 정부와 여당 주도로 추진했던 세금정책이 1년 만에 후퇴하는 것을 놓고 부동산 가격 안정화 의지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 동안 해당 아파트에 실제 거주하도록 한 규제도 제도 1년 만에 백지화 단계를 밟고 있다. 정부가 기존 규제를 완화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규제완화의 기대감을 높여주는 움직임이라고 부동산시장은 바라본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내놓을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재건축재개발 요건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 카드가 남아있지만 자칫 부동산시장을 들쑤실 수 있다는 측면에서 추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물론 부동산 가격 안정화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금리 인상이라는 외부 변수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출렁일 수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신호를 계속 시장에 보내고 있다. 저금리 기조 탓에 시장에 풀린 자금 대부분이 부동산시장에 쏠려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대출금리에 부담을 느끼는 소유자들이 부동산을 내놓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되지 않는 한 실질적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있어 집값 상승세를 막아내기 역부족일 것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의지를 수십 차례 밝혔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 경제부총리에게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피자 한 판을 쏘겠다”고 약속했지만 임기 말까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