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율 셀리드 대표이사가 기존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바이러스 벡터(운반체)를 변경해 임상시험을 추가로 진행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백신의 개발속도가 다소 지연될 수는 있겠지만 향후 코로나19 백신의 상업화를 염두에 두고 생산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강창율 셀리드 대표이사.

▲ 강창율 셀리드 대표이사.


2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리드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바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추가로 임상1/2a상 시험계획을 신청함에 따라 코로나19 백신 개발 완료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셀리드는 인체에 무해한 아데노 바이러스 주형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항원 유전자를 삽입해 체내에서 항원 단백질을 만들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방식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다국적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얀센과 같은 방식으로 개발하는 것이며 1회 투여만으로 코로나19 예방효과를 내는 게 목표다.

강 대표는 기존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인 AdCLD-CoV19로 임상1/2b상을 마친 뒤 결과를 정리하고 있는데 18일 새로운 백신 후보물질 AdCLD-CoV19-1로 임상1/2a상 시험을 추가로 진행하기로 했다.

기존 AdCLD-CoV19의 바이러스 벡터로는 향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대량생산에 따른 원가 절감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개선형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를 탑재한 AdCLD-CoV19-1로 변경한 것이다.

강 대표가 당초 AdCLD-CoV19-1 임상1/2a상을 수행한 뒤 이를 바탕으로 임상2b/3상 시험계획을 제출하기로 한 만큼 바이오업계 일각에서는 7월에 임상2b상을 시작하기로 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겠냐는 시선도 보낸다.

하지만 강 대표는 새로운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인 AdCLD-CoV19-1로 후보물질을 바꾸더라도 백신 개발일정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건당국과 협의를 통해 추가 임상시험 대상자를 50명(1상 20명, 2a상 30명)만 모집하기로 해 신속한 임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임상1/2a상을 마친 AdCLD-CoV19와 AdCLD-CoV19-1 사이 생물학적 동등성과 안전성만 확인하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리드 관계자는 “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AdCLD-CoV19-1로 추가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로 한 만큼 이른 시일 안에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추가 임상시험을 마치고 7월 말에는 AdCLD-CoV19-1로 임상2b/3상 시험계획을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셀리드는 6월 초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에서 임상2b/3상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임상시료를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새로운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AdCLD-CoV19-1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찌감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변경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해왔던 셈이다.

강 대표는 AdCLD-CoV19-1로 추가 임상1/2a상을 신속하게 마친 뒤 국내에서는 얀센의 코로나19 백신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임상3상을 진행하고 백신 수출을 위해서 해외에서도 대규모 임상시험 진행을 계획하고 있다.

셀리드 관계자는 “국내에서만 대규모 임상시험 대상자를 모으기는 쉽지 않아 해외 임상도 고려하고 있다”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동유럽, 남미, 동남아시아 등에서 대규모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리드는 바이러스 벡터만 변경했기 때문에 AdCLD-CoV19-1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효능과 안전성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셀리드는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1 바이오코리아에서 AdCLD-CoV19 임상1상의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AdCLD-CoV19의 안전성과 면역원성이 확인됐으며 임상1상에 참여한 대상자 모두에게서 중화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강창율 대표는 올해 5월 국내언론과 인터뷰에서 “작은 기업으로서 백신 개발에 도전하기가 만만하지는 않았지만 연구기술과 경험을 기반으로 개발에 뛰어들었다”며 “우리 국민이 셀리드의 코로나19 백신을 다 맞고 나면 국내 큰 기업과 협력해 수출에도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