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인적분할 뒤 통신사업회사의 핵심 먹거리로 메타버스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인적분할을 통해 연결실적에 기여도가 높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성장사업으로 키워온 미디어, 커머스, 보안 등 분야 자회사들을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할 신설법인에 넘기게 된다.
 
비통신 떼는 SK텔레콤, 메타버스 300조시장에서 성장동력 키운다

▲ 유영상 SK텔레콤 MNO(이동통신)사업대표.


이에 따라 통신을 바탕으로 한 ICT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20일 IT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메타버스는 비대면시대 엔터테인먼트, 게임분야를 넘어 쇼핑, 레저, 교육 등 다양한 산업영역에서 새로운 사업모델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를 합친 말이다. 이용자들끼리 만나 서로 교류하며 여러 가지 활동을 즐기는 가상세계를 뜻한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메타버스시장 규모는 2021년 34조 원에서 2024년 330조 원으로 가파르게 확대할 것으로 전망됐다.

SK텔레콤도 메타버스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인적분할 뒤 회사의 사업전략과 비전을 소개하는 세미나자료에서 메타버스를 존속 통신회사의 핵심 추진사업으로 꼽았다. 

비대면과 디지털사회로 전환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메타버스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 때처럼 일상생활영역과 산업의 변화를 촉발하며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것으로 바라봤다.

메타버스는 특히 현실을 대체하는 가상공간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플랫폼, 콘텐츠사업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5G통신기술을 앞세워 플랫폼, 콘텐츠산업 대표주자로 올라서려는 통신기업들이 욕심을 낼 수밖에 없고 뒤처져서는 안 되는 영역인 셈이다.

SK텔레콤은 메타버스 플랫폼인 ‘점프 버추얼 밋업’을 유료화하고 이를 가상마켓, 가상화폐 등을 갖춘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점프 버추얼 밋업은 최대 120명이 동시 접속해 가상의 공간에서 회의나 콘퍼런스, 공연, 전시 등 비대면모임, 활동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SK텔레콤은 최근 가상화폐 이름으로 보이는 우주코인을 비롯해 우주멤버십, 우주파트너스 등 상표를 출원했는데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메타버스사업 확장을 고려한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기업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될 가능성은 여러 분야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다.

명품패션기업 구찌는 5월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 안에 입점한 ‘구찌가든’에 회사의 대표 제품 디오나소스 백을 가상세계용 가방 아이템으로 내놓았는데 로블록스 앱스토어에서 약 465만 원에 재판매됐다.

실제 구찌 오프라인매장에서 디오니소스 백 가격(약 384만 원)보다 더 비싸게 팔렸다. 온라인 게임 아이템이 비싸게 거래되는 것과 비슷한 현상으로 읽힌다.

점프 버추얼 밋업은 아직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보다는 대학교 신입생들이 아바타로 참여하는 메타버스 입학식, 채용설명회 등 가상의 모임, 행사 등을 열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을 제공하는 측면이 강하다.

SK텔레콤은 앞으로 가상 팬클럽, 미술관, 동호회, 캠퍼스, 팝업스토어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플랫폼 규모를 키우고 점프 버추얼 밋업을 외부의 다양한 파트너 사업자가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SK텔레콤은 5G 네트워크기술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실감형 콘텐츠사업에 앞장서고 있는 데다 통신분야 고객기반은 메타버스 플랫폼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SK텔레콤은 기업분할을 준비하던 2020년 말 이동통신사업부 조직을 개편하면서 메타버스와 같은 개념을 지닌 혼합현실(현실세계에 가상현실을 접목한 것)서비스컴퍼니 조직을 만들었다. 

그 뒤 올해 4월에는 혼합현실서비스컴퍼니 조직의 이름을 아예 메타버스컴퍼니로 바꿨다.

전진수 SK텔레콤 메타버스컴퍼니장은 17일 서울 가상현실·증강현실 엑스포 2021 행사 기조연설에서 “태어날 때부터 휴대폰을 사용해온 MZ세대는 가상세계를 받아들이는 수용도가 높다”며 “2024년에는 2차원 인터넷세상보다 3차원 가상세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소비와 생산의 다양한 영역에 메타버스 서비스가 도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SK텔레콤은 메타버스 관련 기술 확보와 제휴선을 넓히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현재 국내와 해외에서 가상현실 증강현실, 실감 렌더링, 사물과 공간인식기술 등 메타버스 관련 지적재산 158건을 출원등록했다.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출범한 메타버스산업 발전을 위한 민관 협력조직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도 참여했다. 

최근 메타버스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3차원 실감형 콘텐츠 전문제작 스튜디오 비브스튜디오스와 지분투자 및 사업협력 계약도 맺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