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 사장이 수소사업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장 사장은 우선 수소연료전지소재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에서 코오롱그룹 경영자회의체의 판단을 받아야 해 속도가 나지 않는 한계를 안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수소에  힘줘, 장희구 오너공백에 투자속도 아쉬워

▲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 사장.


18일 재계에서는 코오롱그룹이 범계열사 차원의 수소사업단의 출범을 준비하고 있지만 오너 공백으로 수소사업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사업 실행력이 경쟁회사에 비해 더디다는 시선이 나온다.

코오롱그룹은 3년 전 이웅열 전 명예회장이 전격퇴진하면서 사장단협의체인 원앤온리위원회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원앤온리위원회는 코오롱그룹의 주요 계열사 사장단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로 대규모 투자, 장기경영방향, 그룹의 정체성, 계열사 사이의 협력과 이해충돌 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장 사장은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중심으로 수소 생산부터 운반, 활용까지 수소경제 전반에서 사업기회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코오롱그룹이 효성그룹과 비교해 의사결정구조가 빠르지 못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효성그룹은 중견그룹 가운데 코오롱그룹과 마찬가지로 수소사업 확대에 적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효성그룹은 오너인 조현준 회장이 구심점이 되어 대형투자를 필요로 하는 핵심사업에서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수소사업과 같은 신사업은 자칫 초기 투자에 뒤쳐지면 기술격차가 크게 날 수 있어 오너 공백이 있는 전문경영인체제에서는 부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 오너와 대표를 만나 수소관련 협의체 구성을 논의하며 수소사업 확장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조 회장은 효성화학,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등 주요 계열사를 앞세워 수소 생산부터 유통, 활용에 이르는 가치사슬(밸류체인) 구축하기 위해 공장 건설과 증설, 기술개발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코오롱그룹도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수소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지만 이번 수소관련 협의체 구성에서는 적극적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수소사업단을 출범하지만 아직은 준비 단계에 놓여 있다”며 “수소관련협의체 참여도 현재로서는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소사업뿐만 아니라 주력사업에서도 효성그룹과 경쟁관계에 놓여 있어 비교된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됐던 완성차시장이 올해 들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최근 타이어 보강재인 타이어코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타이어코드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핵심사업 중 하나지만 세계시장 점유율은 20%대로 효성첨단소재(45%)에 이어 2위다.  

장 사장은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인수합병이나 합작회사를 통해 추격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장 사장은 최근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회사가 안정적 실적을 내고 있는 것은 장점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1등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생산설비를 조금 늘리는 식으로는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내부 역량을 키워 성장하는 건 한계가 있는 만큼 경쟁회사를 인수하거나 지분을 사들여 선두자리를 노리겠다는 의미다. 

코오롱그룹 내부에서는 한때 재계순위 10위권을 노리다가 3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사세가 축소된 점을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장 사장은 그룹 계열사 CEO 가운데 최선임으로 미래 신사업인 수소사업을 이끌어 후배들에게 성장동력을 만들어주는 것을 마지막 임무로 여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 사장은 1986년 코오롱에 입사해 2013년 코오롱플라스틱 사업본부장을 거쳐 2014년 코오롱플라스틱 대표이사에 올랐다. 2018년 3월부터는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