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여전히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광국 현대차기아 중국사업총괄 사장은 지난해부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고급화 전략에 힘을 싣고 있는데 성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현대차 기아 중국은 고전 중, 그래도 이광국 ‘고급화 전략’은 가야할 길

▲ 이광국 현대차기아 중국사업총괄 사장.


17일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5월 도매 기준으로 중국에서 승용차를 각각 3만3600대와 1만1500대를 팔았다. 이는 2020년 5월보다 각각 16%, 51% 줄어든 수치다.

5월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에서 합산 점유율 2.7%를 보였다. 1년 전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코로나19 이후 올해 들어 수요를 회복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시장과 반대흐름을 보이면서 점유율이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들어 5월까지 누적 합산 점유율 2.5%를 보였다. 2020년 같은 기간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에서 올해 판매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 도매기준 판매목표를 56만2천 대로 잡았는데 5월까지 15만7천 대의 승용차를 파는 데 그쳤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중국 판매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김민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에서 세단은 일본차에 뒤지고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는 중국차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하반기에도 판매 반등이 어려워 보인다”며 “아이오닉5, EV6 등 친환경차에 기반한 새로운 판매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바라봤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사업은 이광국 사장이 이끌고 있다.

이 사장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차 해외정책팀장, 수출지원실장, 영국판매법인장, 현대와싱턴사무소장, 국내사업본부장 등을 거친 마케팅 전문가다. 2019년 11월 사장으로 승진하며 중국사업총괄에 발탁됐다.

그동안 중국사업을 총괄했던 임원들과 달리 중국사업 경험은 없지만 해외사업 경험이 풍부하고 2016년 하반기부터 3년 동안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을 맡아 국내판매를 되살린 점 등을 인정받아 중국판매 회복을 이끌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현대차와 기아에서 중국사업총괄 자리는 가시방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와 기아는 2016년만 해도 중국에서 179만2천 대를 판매했으나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매년 판매량이 줄어 지난해 66만4천 대까지 떨어졌다.

현대차기아 중국사업총괄은 좀처럼 판매 반등을 이끌지 못하면서 단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사장의 전임자도 중국사업을 맡은 지 1년 만에 고문으로 물러났다.

이 사장은 11월이면 중국사업을 맡은 지 2년이 된다.

가시적 성과를 향한 마음이 조급할 수 있지만 이 사장은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중국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고급화 전략을 통해 판매 회복을 노리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 강화는 현대차와 기아가 중국에서 판매 회복을 위해 반드시 가야할 길로 여겨진다.

최근 중국 자동차시장에서는 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 고급 브랜드가 'BBA'로 불리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차의 점유율도 늘고 있고 SUV 판매비중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코로나19 이후 미국 등 글로벌 주요시장에서 SUV를 앞세워 일본차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과거 중국에서 판매 확대 중심의 전략을 펼쳐 현지에서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현대차 기아 중국은 고전 중, 그래도 이광국 ‘고급화 전략’은 가야할 길

▲ 이광국 현대차기아 중국사업총괄 사장(왼쪽)이 4월 열린 중국 상하이모터쇼에서 현지 임원들과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5'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자동차>


이 사장이 브랜드 이미지만 바꿔낼 수 있다면 SUV와 제네시스 등을 앞세워 중국에서도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는 셈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면 향후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 확대에도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이 사장 역시 이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전용 기술 브랜드 ‘H스마트+’ 론칭, 제네시스 출시 등 고급화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이 사장은 4월 온라인으로 중국전략 발표회 ‘라이징 어게인, 포 차이나(Rising again, For China)’를 열고 중국시장 재도약을 위한 4대 전략 △현지화 연구개발 강화 △전동화 상품 라인업 확대 △수소산업 생태계 확장 △브랜드 이미지 쇄신 등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당시 “글로벌 최대 자동차시장이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새로운 기회와 도전으로 가득한 곳이다”며 “중국 공략을 위해 마련한 4대 전략을 통해 다가오는 미래 모빌리티시대를 선점하고 재도약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사업은 단기간에 판매 회복을 노린다기보다 급하지 않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체질개선을 진행하고 있다”며 “4월 발표한 전략을 중심으로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기술을 앞세운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