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회사 성정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성정 오너인 형남순 회장이 주목받고 있다.

형 회장은 포크레인 기사로 시작해 중견건설회사 오너에 이어 항공사까지 품에 안게 됐다. 
 
[오늘Who] 성정 오너 형남순, 포크레인 기사에서 이스타항공 쥐다

▲ 형남순 대국건설산업 대표이사 겸 백제컨트리클럽 대표이사 회장.


성정은 17일 오전 매각주관사를 통해 법원에 이스타항공 우선인수권을 행사하겠다는 공문을 제출했다.

법원은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21일 최종 인수자를 확정하고 7월2일까지 정밀실사를 진행해 성정과 투자계약을 체결한다.

성정은 매출규모만 놓고 보면 중소기업에 속하지만 오너일가의 개인 자산 등 자본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성정의 관계사인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산업도 충청도를 기반으로 한 알짜배기 기업이다.

성정의 실질적 주인은 형남순 대국건설산업 대표이사 겸 백제컨트리클럽 대표이사 회장이다. 형동훈 성정 대표이사는 형남순 회장의 아들이다.

형 회장은 전라북도 남원 출신으로 1957년 농사를 짓던 부모님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형 회장은 가정 형편이 어렵다보니 남원농고를 다니면서 포크레인 굴삭기 기사 자격증을 땄다. 이때 대전에는 포크레인 기사가 5명밖에 없던 시절이라 대전 대신토건 사장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22살 때부터 포크레인 기사로 운전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살에 총괄부장이 됐는데 당시 대전 건설업계에서는 ‘형 부장’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고 한다. 형 회장은 직장생활 10년을 마무리하고 1994년 대국건설산업을 설립하며 하도급 토목 공사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형 회장은 2020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포크레인 기사가 중견 건설회사 회장이 되기까지의 스토리를 들으면 사람들은 저더러 자수성가한 의지의 한국인이라고 한다”며 “늘 겸손하고 진솔하게 배움의 자세로 살면 성공한다”고 말했다.

대국건설산업은 1997년 토목건축공사업을 취득했으며 2007년 조경공사업, 전기공사업을 등록해 명실상부한 종합건설업체로 올라섰다.

대국건설산업은 2009년 해남교정시설 신축공사를 할 때 대표사가 미지급한 기성공사대금을 대신 지급함으로써 완벽한 준공을 한 사례도 있다. 

형 회장은 “공동도급사업은 단순한 공동시공이 아닌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소통하며 기술과 경영 공유를 통해 서로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고 대표사 대신 기성공사대금을 지급한 이유를 설명했다.

대국건설산업은 현재도 공공 및 민간건설에서 하도급 기성공사대금을 100% 현금으로 결재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대국건설산업은 2020년 매출 146억 원, 영업이익 6800만 원을 냈고 총자산은 150억 원이다. 대국건설산업 외에 형 회장이 대표로 있는 백제컨트리클럽(백제CC)은 2020년 매출 179억 원, 영업이익 59억 원을 올렸다.

백제컨트리클럽의 총자산 규모는 2020년 말 기준으로 960억 원인데 이 가운데 토지, 건물 등 비유동자산이 920억 원이다. 백제컨트리클럽은 사실상 형 회장의 개인 소유다.

형 회장의 개인자산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20년 이상 중견 건설회사를 경영했던 만큼 상당한 자산을 추적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형 회장은 이스타항공 인수에서 부족한 자금을 개인자산으로 메운다는 방침을 세웠다.

형 회장은 이미 10년 전부터 항공업 진출을 준비해 왔을 만큼 항공회사 인수를 숙원사업으로 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정은 2010년 티웨이항공(옛 한성항공) 인수를 검토했다가 막판에 무산된 적도 있다.

형 회장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종합관광사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부동산개발과 연계해 기존사업인 건설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항공사를 통해 수도권과 일본 및 중국 관광객들을 골프장과 리조트 등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어 레저사업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 

청주국제공항에서 다시 국제선 하늘길이 열리기를 바라는 충청권 재계의 바람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서 충청을 연고로 해외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형 회장은 과거 백제컨트리클럽을 운영하게 된 계기와 관련해 “유병돈 부여 군수 시절 당시 부여에 골프장 하나 짓는 게 숙원사업이라고 해서 어렵사리 부지를 사서 운영하게 됐다”며 “옛말에 어렵게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말이 있는데 돈을 많이 벌어서 성공이 아니라 어떻게 잘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