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들이 전화나 메신저, 메시지 등 통신수단을 활용한 불법금융사기, 이른바 '보이스피싱' 예방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발빠른 대응을 통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은행 금융사기 막기 고도화, 뛰는 보이스피싱에 날아야 하는 은행앱

▲ 17일 은행권 관계자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모바일뱅킹앱에 첨단기술을 도입하고 악성앱(애플리케이션) 감시를 강화하며 새로워지는 보이스피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근 비대면 금융거래 비중이 커지면서 영업점 직원의 기지와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은행권 관계자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모바일뱅킹앱에 첨단기술을 도입하고 악성앱(애플리케이션) 감시를 강화하며 새로워지는 보이스피싱 대응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모바일뱅킹앱 KB스타뱅킹, 리브를 실행하면 스마트폰에서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악성앱을 탐지하고 삭제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실행된다.

새로 도입된 서비스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세계 모든 앱스토어에 배포된 앱들을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정상적 앱 파일 형태에서 벗어난 앱을 찾는다. 

이 기술을 통해 은행 및 기관 사칭·전화 가로채기·원격제어 앱 등 신종 악성앱까지 탐지하고 차단할 수 있다고 KB국민은행은 설명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존 운영 중인 인공지능을 활용한 이상거래 탐지시스템(FDS)에 신종 사기 패턴을 추가해 최근 3개월 동안 680여 건의 부정이체를 차단하고 65억 원 이상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했다"고 말했다.

회사를 사칭해 고객에게 문자를 보내는 '스미싱' 방지시스템도 강화했다.

KB국민은행은 15일 국제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의 차세대 표준문자규격 RCS를 도입했다.

RCS 통해 문자보내면 고객이 번호를 저장하지 않아도 기업로고와 기업명 등 발신번호의 기업정보가 나타난다.

그동안 스미싱조직은 은행을 사칭해 중소상공인 지원금 수령이나 특별대출을 미끼로 고객에게 악성코드가 깔린 링크를 전송해왔다. 

RCS 기반으로 문자를 보내면 스미싱 문자와 쉽게 구별되는 만큼 스미싱에 따른 피해를 예방하는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은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은행 영업시간을 피해 야간에 범죄를 시도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4월부터 감시시스템을 밤 11시까지로 연장했다.

이에 더해 자금세탁 방지 및 이상금융거래 탐지업무를 디지털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한은행은 보이스피싱 방지와 관련한 각종 제도 및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업무에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늘어나고 있는 전화 가로채기 유형 악성앱 방지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자 선정을 진행하고 있다.

전화가로채기앱이 휴대전화에 깔리면 피해자들이 어디에 전화를 하더라도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통화가 연결된다.

우리은행은 이 사업에 15억5천만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뱅킹앱에 악성앱 탐지솔루션을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은행 영업시간을 피해 야간에 범죄를 시도하는 사례가 발견되면서다. 신한은행은 이를 위해 야간 감시활동을 전담할 직원도 새로 채용했다.

하나은행은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 원큐앱에 보이스피싱 악성앱 탐지기능을 탑재하고 악성앱이 발견된 고객에 계좌를 즉시 정지시킨 뒤 알림 발송, 유선 연락, 영업점 대응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대응체계와 일반인의 인식이 강화되면서 전체 보이스피싱건수는 줄어드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신종 범죄수법이 지속해서 나오는 만큼 당국과 금융회사 등 관련 기관의 기민한 대응이 요구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금액과 피해건수는 각각 2353억 원, 2만5859건으로 나타났다. 2019년보다 피해금액은 65.0%, 피해건수는 64.3%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수법이 진화하면서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등을 활용한 '메신저피싱' 피해금액은 오히려 9.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