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배터리소재분야에서 후발주자 위치에 놓인 롯데케미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배터리 4대 소재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아직 진출하지 않아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전해질 재료의 국산화에 나서는가 하면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 업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수합병 기회를 계속 노리고 있다.
 
롯데케미칼 배터리소재 진출 속도붙여, 신동빈 후발주자 극복 의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25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이 2023년 하반기 전해질 원료 생산시설을 완성하면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지닐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충남 대산공장에 전해질에 투입되는 유기용매인 에틸렌 카보네이트(EC)와 디메틸 카보네이트(DMC)를 생산하기 위한 시설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산화에틸렌(EO)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에틸렌 카보네이트와 디메틸 카보네이트는 섬유, 오일, 페인트, 합성수지 등의 용매로 사용되는 등 적용분야가 넓다. 하지만 배터리 전해질에는 고순도의 제품이 필요하다.

에틸렌 카보네이트와 디메틸 카보네이트는 전해질 원가에서 약 30%를 차지하는 데다 높은 성장성이 예상되지만 배터리소재업계에선 현재 대부분 물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기존에 고순도 산화에틸렌(HPEO) 설비를 운영해 왔다"며 "이를 활용한 유기용매 기술력이 뛰어나 배터리 전해질 재료분야에서도 원가 경쟁력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으로선 전해질 원료뿐 아니라 분리막 원료인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등 주요 배터리 소재에 들어가는 원료의 자체 생산을 늘리며 배터리 소재분야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도 함께 맡고 있는데 전담조직을 구성해 기술력이 좋은 일본업체를 중심으로 배터리 소재 분야 인수합병도 꾸준히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래도 자체적으로 생산시설을 늘리는 것에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규모가 큰 업체의 인수합병을 통해 LG그룹, SK그룹, 포스코그룹 등의 배터리 소재분야 선발업체들을 따라가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2019년 10월 배터리소재 가운데 양극재와 음극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히타치케미칼이 매물로 나왔을 때 인수를 시도했었다. 당시 예상 가격은 8조 원가량으로 평가됐다.

신 회장은 히타치케미칼 인수전의 본입찰을 위한 롯데케미칼의 설명현장에서 직접 발표를 하며 인수경쟁을 진두지휘했을 만큼 인수 의지를 내보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신 회장은 지속해서 배터리소재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배터리소재업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 회장은 5월16일 롯데정밀화학 인천공장과 롯데알미늄 안산1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고부가소재를 향한 투자를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ESG 요소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선제적으로 찾아내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매물로 나와 있는 일본 쇼와덴코의 알루미늄사업부를 비롯해 여러 기업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인수합병 전담부서를 통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매물을 살펴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구체적 사안이 정해진다면 공시를 통해 알리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화학업계에서는 신 회장의 과감한 사업확장을 향한 의지의 밑바탕에는 롯데케미칼의 안정적 실적도 한 몫하고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1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1683억 원, 영업이익 6237억 원을 거뒀다. 2020년 1분기보다 매출은 27.2% 늘었고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코로나19와 대산공장 가동 중단의 여파를 단기간에 바로 극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금성자산도 2021년 1분기 기준 4조3650억 원을 들고 있어 2020년 1분기보다 17.8% 늘었다. 총차입금의존도도 17.9%로 2020년 1분기보다 0.5%포인트 떨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