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스코 회장이 군대식 조직문화 없애야 산재도 해결 가능"

▲ 한대정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수석부지회장.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은 노조를 제철소 현장의 안전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경영의 플러스 요인으로 생각하길 바랍니다."

한대정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수석부지회장은 17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포스코 노조를 대화와 상생의 상대로 여겼으면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 부지회장은 "포스코는 지금도 초창기 군대식 조직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장의 안전과 환경, 노동문제 등 현장의 목소리가 회장에게 직접 전달되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최근 빈번하게 나타난 포스코의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소속인 포스코지회는 2018년 9월 설립됐다. 한국노총 산하 대표노조에 이은 포스코의 두 번째 노조다. 

한 부지회장은 기계정비 업무 담당으로 포스코지회 설립 당시 1대 지회장을 맡았고 현재도 노조 간부로서 제철소 산업재해와 환경문제에 따른 직업병 문제 해결 등을 위한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포스코에서 산업재해 등 문제와 관련한 내부 소통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등에 관해 한 부지회장에게 들어봤다.

- 포스코 내부 기업문화는 어떠한지.

“포스코는 초기 군인들이 참여해 군인정신으로 설립된 회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현재도 내부문화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노동자들에게 국가발전을 위한 희생을 강요하는 ‘상명하복’식의 군대식 조직문화가 만연하다.

특히 포스코지회가 설립 된 뒤 사내 익명게시판인 ‘대나무숲’에서 최정우 회장 등 경영진을 비판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올라오자 포스코는 2019년 4월 게시판 폐쇄로 대응했다."

- 최정우 회장은 2018년 7월 취임 이후 경영이념으로 ‘기업시민’을 내걸고 대내외 목소리를 듣겠다며 ‘러브레터’ 제도를 개설해 대내외 소통을 강조했는데.

"러브레터제도는 질문을 선별적으로 골라 답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경영진이나 회사에 불편한 질문은 대답하지 않는다. 사실상 의미없는 소통창구인 셈이다. 실명으로 질문이 등록돼 직원들도 질문을 올리지 않는 ‘유명무실’한 제도다.”

- 포스코지회가 산업재해 현장조사 등에 참여하고 있는지.

“회사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최정우 회장이 포스코지회 설립 이후 양대노총과 소통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포스코지회는 면담하지 못했다. 회사에 면담 요청 공문을 50여 차례 보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최근 연이은 사망사고로 대구고용노동부가 주관해 포스코의 노사정 안전협의체 구성해 실무회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회의 당일에 장소를 변경하는 등 실무회의 참석을 방해해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현장 책임자들이 포스코지회에 가입한 현장노동자들에게 탈퇴를 권유하고 있으며 포스코지회에 가입한 노동자들이 인사상 불이익 등을 받고 있다.”
[인터뷰] "포스코 회장이 군대식 조직문화 없애야 산재도 해결 가능"

▲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에 따르면 포스코 노무팀은 2018년 9월 추석연휴에 포항 포스코인재개발원에서 민주노총 노조 설립과 관련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은 포스코지회가 확보한 회의 화이트보드 내용. ‘이럴 땐 이렇게’ 등 노조활동을 약화하기 위한 내용 등이 적혀 있다.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

- 포스코지회의 앞으로 계획은.

“포스코는 거의 50년 동안 노동조합 없이 운영되던 회사다. 아직도 현장에선 노동조합 활성화가 잘 되지 않고 있다. 포스코지회는 이제 설립 3년차다.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고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문제 등 기본 활동에 더욱 매진할 것이다.

포스코는 주인이 없는 회사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크게 흔들리는 회사이기도 하다. 중장기적으로는 포스코지회가 정치권이 포스코 이권에 개입하는 것을 차단하고 포스코 경영진들을 감시해 포스코를 지키는 ‘보초병’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다.

포스코는 아직도 구시대적 노동정책을 펴고 있어 앞으로는 군대식 조직문화를 벗어나 시대적 흐름에 맞게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포스코에서 민주적으로 설립된 포스코지회를 적대시할 것이 아니라 대화와 상생의 상대로 생각하고 오히려 안전과 환경 등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경영의 긍정적 요인으로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한 부지회장은 2002년 7월에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입사한 이후 기계정비 업무를 수행해왔다. 2014년에는 노사협의체인 노경협의회 과대표를 하면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경협의회 조직으로 포스코에서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기에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껴 2018년 9월에 전국금속노조 포스코 지회를 설립하는 데 앞장섰다.

한 부지회장은 포스코지회 설립 뒤 추석연휴에 포스코 노무 담당직원들이 포스코 인재창조원에서 노조 관련 문건 제작과 회의를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았다가 실랑이를 벌였다.

노무팀 직원들에게 작성 중인 자료 등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노무팀 직원들과 몸싸움이 일어났다. 이에 포스코는 한 부지회장 등 3명을 무단침입 등 사유로 해고조치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판결을 내렸지만 회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1심에서 회사가 패소했다. 포스코는 승복하지 않고 항소해 2심 첫 재판이 2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