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투자를 통해 미국 전기차시장을 공략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투자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은 2위를 노려볼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오늘Who] 현대차 미국 전기차 승부, 정의선 테슬라와 나란히 원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차시대 미국 투자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는데 정 회장은 전기차시대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1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HMA)이 이날 밝힌 향후 5년 동안 미국 투자계획은 현대차그룹이 지금껏 발표한 해외투자 계획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현지생산 및 생산설비 확충 등을 포함해 미래 모빌리티 강화를 위해 2025년까지 미국에 74억 달러(약 8조1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뒤 5년 간 31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계획을 밝혔는데 이보다 2배 이상 많다.

현대차와 기아는 2000년대 각각 11억 달러와 1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앨리배마 공장과 미국 조지아 공장을 지었다.

당시 신규투자와 비교하면 3배가 넘는 자금을 미국에 새로 투입하는 셈인데 전기차시대를 맞아 미국에서 새로운 도약을 노린다고 볼 수 있다.

정 회장이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미국 전기차시장이 기존 예상보다 더욱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전기차시장은 트럼프 행정부 아래서는 유럽이나 중국보다 느리게 성장했지만 바이든 행정부 들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이상의 미국 내 전기차 생산 및 판매를 목표로 미국 전기차시장 육성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판매는 130만 대로 세계 수요의 41%를 차지했지만 미국은 33만 대로 전체 수요의 10% 수준에 그쳤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육성책에 힘입어 미국 전기차시장이 2025년 240만 대를 거쳐 2030년 480만 대, 2035년 800만 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군다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바이 아메리칸’으로 불리는 현지 생산품을 우대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정 회장이 미국 전기차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현지생산이 반드시 필요하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투자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테슬라에 이어 미국 전기차시장 2위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테슬라를 비롯해 기존 완성차업체 가운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보유한 제너럴모터스, 폴크스바겐그룹과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미국 전기차시장 판매량을 보면 테슬라가 20만6천 대로 압도적 1위에 올랐고 제너럴모터스가 2만1천 대로 2위, 폴크스바겐그룹이 1만2천 대로 3위를 차지했다.

사실상 테슬라가 미국 전기차시장을 독식하고 있고 제너럴모터스와 폴크스바겐그룹의 판매규모가 상대적으로 미미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경쟁력을 빠르게 확대한다면 2위에 올라서는 일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닌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차시장에서는 제너럴모터스,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와 토요타, 혼다 등 일본 완성차업체에 밀려 지금껏 미국시장에서 '톱5'에도 든 적이 없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아이오닉5는 제너럴모터스와 폴크스바겐의 전용 전기차와 비교해 가격과 주행거리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보이고 있다”며 “전기차 상품성과 현지 생산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대차그룹은 2025년 미국 전기차시장 넘버2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오늘Who] 현대차 미국 전기차 승부, 정의선 테슬라와 나란히 원해

▲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현대차그룹은 2005년 현대차 미국 앨리배마 공장, 2009년 기아 미국 조지아 공장을 준공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승승장구하며 글로벌 완성차업체 판매순위 5위까지 성장하는 데 앨리배마 공장과 조지아 공장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여전히 현대차와 기아가 가장 많은 차량을 판매하는 제1시장으로 정 회장이 직접 사업을 챙기고 있다.

정 회장은 4월 말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미국으로 깜짝출장을 다녀왔다. 지난해 10월 회장 취임 뒤 싱가포르 출장 이후 두 번째 해외출장인데 현대차 미국 앨리배마 공장 등을 찾아 투자계획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수석부회장에 올랐을 때는 당시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경제사절단에 참여하는 대신 관세문제를 논의하러 미국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기차 미국 생산을 통해 안정적으로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확고한 전동화 리더십을 확보할 계획으로 투자를 결정했다”며 “미국 내 전동화 리더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1년은 신성장동력으로 대전환이 이뤄지는 한 해가 돼야 한다”며 '글로벌 친환경 선도 브랜드로 입지 강화'를 제1과제로 꼽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