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을 통해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와 벌였던 경영권 다툼의 불씨를 완전히 끌까?

12일 금호석유화학 안팎에서는 박 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남으로써 금호석유화학이 가족 사이 경영권 분쟁이라는 불확실성에서 많이 벗어날 수 있다는 시선이 자리잡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전문경영인체제로, 박찬구 경영권 다툼 불씨 끄고 싶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박철완 전 상무는 박찬구 회장이 회사를 사유물처럼 다룬다고 비판하면서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경영권 분쟁의 불을 지폈다.

박 회장이 이번에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사회에서 물러남에 따라 박 전 상무가 더 이상 이런 명분을 내세우기 어렵게 됐다.

박 회장은 다른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도 내려놓을 것으로 전해져 박 전 상무가 공세를 펼칠 여지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계열사는 금호미쓰이화학과 금호폴리켐, 금호티앤엘 등이 있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은 박 회장이 이번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남으로써 취업제한 소송에 따른 대표이사 부재 리스크도 덜게 됐다.

박 회장은 2018년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았다. 그런데 2019년 박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취임하자 법무부는 취업제한을 통보했고 박 회장은 소송으로 맞섰다. 1심 재판부는 법무부의 손을 들어줬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박철완 전 상무는 올해 경영권 분쟁을 벌일 당시 박 회장의 취업제한 소송의 결과에 따라 회사경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남으로써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잦아들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변화의 흐름도 낳을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박찬구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을 통해 회사는 많은 변화 가능성을 암시했다”며 “금호석유화학은 거버넌스 변화, 대규모 현금을 바탕으로 한 신사업 가능성, 배당 추가 확대 등 기업가치를 올릴 다양한 옵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새로운 사내이사로 고영훈 중앙연구소장 부사장과 고영도 관리본부장 전무가 선임되면서 경영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고영도 전무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금호그룹 재무관리팀으로 입사해 30여년 넘게 재무·회계 분야에서 일해온 전문경영인이다.

고영훈 부사장은 프랑스 폴사바티에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30년간 합성고무 연구개발에 매진해온 기술 전문가로 금호석유화학의 연구개발 활동의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그룹 회장직은 유지했다. 이런 점을 놓고 박 회장이 앞으로 미래 성장동력과 경영투명성을 마련하기 위해 큰 그림에 집중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금호석유화학이 올해 1분기 좋은 실적을 거둔 데다가 앞으로도 전망이 밝은 만큼 박 회장은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음으로써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었다는 평가도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금호석유화학이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7조9928억 원, 영업이익 2조7272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보다 매출은 66.2%, 영업이익은 266.7% 늘어나는 것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새로운 사내이사 선임을 위해 6월15일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관련 안건들을 주주들로부터 승인받는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박 회장은 회사의 경영기반이 견고해진 만큼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들이 이사회에 진출하도록 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판단을 했다”며 “향후 박 회장의 역할은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뒤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