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며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소신발언’을 내놓은 뒤 파장이 커지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 규제환경을 둘러싼 여론이 더 나빠져 정부에 부담이 커진다면 은 위원장의 거취와 금융당국의 향후 대응방향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늘Who] 은성수, 가상화폐 놓고 소신과 정치논리 사이 힘겹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28일 기준으로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은성수 위원장 자진사퇴 촉구 국민청원 참여자 수는 청원이 시작된 지 5일만에 14만 명을 넘겼다.

은 위원장이 가상화폐 투자를 두고 ‘잘못된 길’이라고 표현한 데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청원에 단기간에 많은 동의가 이뤄진 것이다. 

현재 분위기로 보면 청원 참여자 수가 20만 명을 넘어 청와대에서 공식답변을 내놓아야만 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은 위원장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체계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가상화폐 투자는 잘못된 행위라며 정부에서 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곧바로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로 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가운데도 은 위원장의 시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가상화폐 투자자 핵심인 20대와 30대 국민 사이에서 정부를 향한 여론이 악화하자 당대표 선출을 앞둔 여당과 야당에서 모두 가상화폐 관련된 사안이 주요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은 위원장은 평소 완곡화법을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번 발언도 금융당국의 수장으로서 원론적 수준에서 당연히 해야 할 말을 한 것뿐이란 시선도 있다.

그럼에도 발언이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점은 은 위원장으로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5월 초로 예상되는 개각에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교체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은 위원장이 다음 경제부총리에 유력한 후보라는 말도 나오고 있었지만 지금과 같이 은 위원장을 향한 여론이 악화된 상태에서는 정부에 부담이 큰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정부도 가상화폐 관련해 은 위원장과 비슷한 시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 때문에 은 위원장이 사퇴하는 등 결과가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유임하도록 하고 임기가 만료된 금융감독원장만 새 인물로 교체하는 등 개각 폭을 축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도 2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는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자본시장법에 따라 보호해야 할 투자자산으로 여기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다.

다만 홍 부총리는 가상화폐 관련된 현안을 담당할 주무부처를 이른 시일에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금융위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금융위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한 제도 개선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셈이다.

은 위원장이 계속 금융위원장을 맡게 된다면 가상화폐 관련된 논란이 정부를 향한 여론 악화로 이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치를 내놓는 데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가상화폐 투자자는 법적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태도를 바꿔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 도입이나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 등 계획을 세우게 될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 역시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한 관리감독업무 강화를 추진할 수도 있다.

가상화폐 투자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가상화폐 투자 규제환경과 관련한 여론은 대통령선거국면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공산이 크다.

결국 정부가 가상화폐 투자자를 향한 대응방향을 고심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은 위원장은 가상화폐 투자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내놓는 일이 결국 투자를 더 활성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은 위원장은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소신과 정부의 태도, 국민 여론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은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상화폐 투자자가 제도적 미비점으로 보는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데 정부와 당 사이 이견이 없다”며 “금융위 등 관계당국과 충분히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