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자금조달을 키우면서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온라인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기업의 인수를 추진하는 동시에 자체 물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쇼핑 대규모 자금조달, 강희태 돈 쏠 인수합병과 물류 과녁에 시선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겸 롯데그룹 유통BU장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이 최근 몇 달 사이에 2조 원에 이르는 자금을 확보하면서 체질 개선을 위한 신규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쇼핑은 2020년 11월 롯데백화점 중동점과 안산점,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 롯데마트 계양점과 춘천점 등 5개 점포를 롯데리츠에 넘겼고 올해 3월 7300억 원의 매매대금을 받았다.

올해 4월16일에는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를 3950억 원어치 발행했다. 또 22일에는 8300억 원 규모의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회사채만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지분 매각, 자산 유동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롯데쇼핑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가 철회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신규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지분 매각은 5월7일에 이뤄지는 동시에 매각대금을 받는다”며 “매각대금은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성장동력 화보를 위한 투자자금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최근 확보한 자금을 롯데쇼핑의 온라인사업을 키우는 데 우선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부회장은 지난해 120여 개에 이르는 오프라인 점포를 정리했고 추가로 80개의 매장을 구조조정해 전체 오프라인 매장 수를 30% 가까이 줄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신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 등을 키워 온라인에서 롯데쇼핑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강 부회장은 3월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단순히 디지털역량 강화에 그치지 않겠다”며 “사업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에 기반한 사업혁신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온라인사업 강화를 위해 이커머스업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의 기업가치로 책정된 5조 원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롯데쇼핑의 컨설팅을 맡은 삼정KPMG도 이베이코리아의 적정가격이 3조 원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롯데쇼핑이 배달애플리케이션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인수로 방향을 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요기요는 약 1조~2조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롯데쇼핑이 최근 조달한 자금으로 충분히 인수할 수 있다. 강 부회장은 5월4일 요기요 예비입찰 참여를 앞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롯데GRS가 배달앱 롯데이츠를 운영하고 있고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요기요와 업무협약을 맺고 서비스를 내놓는 등 배달서비스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의 스타트업 투자 전문회사 롯데액셀러레이터는 배송 솔루션기업 피엘지(PLZ), 창고형 즉시배달기업 나우픽 등에 투자하기도 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롯데그룹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유통업종 내 점유율을 회복해야 하는데 이는 온라인부문에 관한 대규모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파악했다.

롯데쇼핑은 온라인사업 강화를 위해 물류센터에도 상당한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쇼핑의 경쟁사인 이마트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 3개를 갖추고 있고 이마트 점포 물류시설인 PP센터를 거점으로 삼아 물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쿠팡도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올해만 6천억 원을 투자해 물류센터 5곳을 신설할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지난해부터 수익성이 악화된 오프라인 점포를 정리하면서 실질적 물류거점이 줄어들었다. 롯데쇼핑은 현재 기존 물류센터의 가동률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현재 하루 온라인 배송능력이 2만7천 건인데 올해 말까지 8만5천 건으로 늘린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김포물류센터의 가동률 70%, 스마트스토어는 90%에 이르고 있어 생산설비 증설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