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가 이란핵협정(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에 따른 이란 제재의 해제 가능성에 기대를 품게 됐다.

DL이앤씨는 이란 제재가 재개된 이후에도 현지사업소를 철수하지 않는 등 사업 교두보를 유지하고 있어 제재가 해제됐을 때 석유화학 플랜트사업에서 대형수주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DL이앤씨가 공들인 이란 빗장 풀리나, 마창민 대형플랜트 수주 기대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 미국 국무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이란 정부에게 석유수출 및 금융과 관련된 제재 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이란에 제재 완화의 윤곽을 제시하면서 이란핵협정 복원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핵협정은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을 포함해 러시아, 중국,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이란핵협정 참가국들은 6~1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협정 복원을 위한 회담을 진행한 데 이어 다음주 회담 재개를 앞두고 있다. 

이란핵협정 참가국들은 회담을 통해 협정이 복원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회담의 수석협상담당인 미하일 울리야노프 러시아 유엔 원자력기구 대사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국제원자력기구의 이란 핵활동 감시기간이 만료되는 5월 말까지는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DL이앤씨는 이란 제재가 해제되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국내 건설사로 꼽힌다. 

2018년 8월 이란 제재가 재개된 이후에도 현지사업소를 철수하지 않은 유일한 대형건설사로 사업 교두보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DL이앤씨는 1987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이란 현장을 유지했을 정도로 오랫동안 이란에 각별한 공을 들여오고 있기도 하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1일 이란을 방문했을 때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DL이앤씨 주재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DL이앤씨가 이란 사정에 밝다는 점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마 대표는 이란 제재가 해제된다면 대형 석유화학 플랜트사업 수주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이 경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주력 수출품목인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을 늘릴 수 밖에 없어 이에 따른 대형플랜트 발주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DL이앤씨는 2015년 이란핵협정이 이뤄진 뒤 2016년 12월 이란 이스파한 정유회사가 발주한 2조2천억 원 규모의 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했다. 

비록 이 프로젝트는 이란 재제가 재개되며 금융조달 문제 등으로 계약이 해지됐지만 마 대표로서는 이란 제재가 해제된다면 이에 못지 않은 대규모 수주를 노려볼 만한 셈이다. 

마 대표가 최근 플랜트부문 신규수주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는 점도 이란 제재의 해제 이후 DL이앤씨가 적극적으로 이란 석유화학 플랜트 수주에 나설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마 대표는 취임 첫해인 올해 플랜트부문의 신규수주 목표를 1조5천억 원으로 잡았다. 지난해 수주실적 3258억 원보다 5배가량 높은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마 대표는 목표달성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국내 건설사들의 전통적 플랜트시장 대신 러시아처럼 국내 건설사 진출이 덜 이뤄진 곳에서 수주에 집중하고 있기도 하다.

이란은 제재가 해제된다고 해도 바로 접근할 수 있는 건설사들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만큼 마 대표의 플랜트 수주전략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DL이앤씨는 이란 제재의 해제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만큼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이란에서 현지사업소를 운영하고 있어 제재가 해제되면 각종 사업이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다”면서도 “아직 제재 해제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수혜 기대감을 이야기하기에는 시기가 이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