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이 세계적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 폴더블(접는) 스마트폰 주도권 방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스마트폰 주요 구성요소인 반도체가 부족해지면서 샤오미 등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경쟁사들은 생산원가 인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노태문 삼성전자 폴더블폰 공격적으로 가나, 샤오미는 반도체 부담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반도체 같은 여러 부품의 공급을 내재화하고 있어 폴더블폰 최종 완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모바일업계에 따르면 노태문 사장은 반도체 공급부족에 따른 원가 상승요인에도 불구하고 폴더블 스마트폰 등 완제품에 합리적 가격을 매길 공산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삼성전자가 다른 스마트폰기업과 달리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의 역량도 갖추고 있어 부품조달의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생산에는 메모리반도체, 이미지센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디스플레이구동칩 등 여러 종류의 반도체가 필요한데 삼성전자는 이 가운데 상당한 부분을 내재화하고 있다.

일례로 시장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가 조사한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0울트라의 구성요소(BOM)를 보면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를 통해 공급한 부품의 비중이 50%에 이른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대미문의 부품 공급부족이 이어지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다른 완제품 공급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된다”며 “여러 방면에서 오랫동안 수직계열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노태문 사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폴더블 대중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폴더블 스마트폰을 일부 계층만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라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주요 품목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앞으로도 폴더블 카테고리 대중화를 위해 폴더블 라인업을 더욱 확대하고 다양한 폴더블 사용성을 소개할 것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갤럭시Z폴드3, 갤럭시Z플립2 등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제품들이 예전처럼 일부 계층만을 겨냥한 ‘초프리미엄’ 가격대로 출시된다면 노 사장의 목표대로 더 많은 소비자가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어렵다.

지난해 나온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2의 경우 첫 출고가격이 239만8천 원으로 책정돼 여느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훨씬 비쌌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시장 3위 샤오미가 저렴한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의 가격정책이 더 중요해졌다. 샤오미가 3월 공개한 미믹스폴드는 가격이 9999위안(172만 원)으로 비슷한 디자인의 갤럭시Z폴드2보다 50만 원 이상 낮은 출고가격이 매겨졌다.

IT매체 샘모바일은 “미믹스폴드는 삼성전자 제품보다 500달러 저렴해 매우 매력적이다”며 “삼성전자가 새로운 라이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바라봤다.

다만 샤오미는 최근 반도체 공급부족에 따라 일부 스마트폰의 가격 인상을 고려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3월 말 실적발표를 통해 반도체 부족으로 증가하는 스마트폰 생산비용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부담시켜야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심지어 샤오미 산하 브랜드 블랙샤크는 반도체가 부족해 최신 스마트폰 블랙샤크4 시리즈 재고가 다 떨어지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19일 밝히기도 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폴더블폰 공격적으로 가나, 샤오미는 반도체 부담

▲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3 예상 디자인. <레츠고디지털>


반면 노 사장은 반도체 공급부족이 가시화한 올해부터 플더블 스마트폰을 비롯해 주요 제품에 오히려 더 공격적인 가격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1일 갤럭시Z폴드2 출고가격을 기존 239만8천 원에서 189만2천 원으로 인하했다. 2월에는 갤럭시Z플립 5G 출고가격을 165만 원에서 134만9700원으로 내렸다.

삼성전자가 1월 선보인 갤럭시S21 시리즈의 경우 이전 제품 갤럭시S20 시리즈와 비교해 모델별 가격이 평균적으로 20만 원가량 낮아지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노 사장이 폴더블 스마트폰시장 1등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다음 폴더블 스마트폰에서 더 과감한 가격정책을 내세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폴더블 스마트폰은 2021년 약 870만 대 수준의 출하량을 보이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며 “코로나19 영향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100만 원 초반 제품이 출시되며 가격대도 전반적으로 낮아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물론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 등 완제품의 가격을 무조건 낮출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원가 자체가 분명히 높아지고 있는 만큼 완제품 가격을 인하하면 수익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자체 생태계를 갖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반도체 조달에 이점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부품 가격 상승으로 원가 조절에 문제가 생긴다면 수익성에는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을 비롯한 하반기 스마트폰 신제품의 가격이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IT매체 안드로이드어소리티는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3, 구글 픽셀6, 에이수스 젠폰8 등이 나올 것이다”며 “곧 출시될 기기에 관해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