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목표비중 유지규칙을 변경했지만 당장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로 전환하기에는 상황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

당분간 기준을 맞추기 위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매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민연금이 매수세를 보이는 일부종목도 있어 주목해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국민연금 당분간 국내주식 매도는 불가피, 그 와중에 자동차주는 매수

▲ 국민연금공단 로고.


18일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민연금은 12일부터 16일까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를 했다.

국민연금은 9일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국내주식 목표비중의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를 기존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조정한 바 있다.

국내주식 보유비중에서 다소 숨통이 트였지만 한 주 내내 순매도를 이어간 셈이다.

국민연금의 매도에 당장 큰 변화가 나타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전략전 자산배분 허용범위의 조정으로 기존보다 보유한도가 다소 올라갔지만 여전히 보유주식이 많아 한도를 넘기 때문에 당분간은 매도를 이어가야할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범위 상단이 높아진 만큼 시장상황에 따라 국민연금의 기계적 대량매도는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국민연금의 운용자산 규모를 856조5천억 원이라 가정하면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범위 상단인 19.8%까지 6조 원의 매도세가 나올 수 있다”고 바라봤다.

게다가 올해 연말까지 해외증시 대비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상승세가 더 가파르다면 국민연금이 팔아야 할 국내주식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올해 들어 4월16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말 2873.47에서 3198.62으로 11.3% 상승했다. 같은 기간에 미국 S&P지수는 3756.07에서 4185.47으로 11.4% 올랐다.

국민연금이 국내주식의 순매도를 이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극적 매수세로 돌아서서 코스피지수의 상승을 이끄는 상황은 당분간 나오기 어려운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놓인 상황을 고려하면 전체 보유비중을 줄여가는 가운데에도 일부 순매수를 하고 있는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의 순매수 종목을 보면 경기회복을 전제로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연기금은 1분기에는 대형주를 덜어냄과 동시에 대표적 경기민감주인 화학, 정유 등 종목은 비교적 강하게 순매수했다.

특히 연기금의 매도세가 거셌던 2월에도 에쓰오일 주식은 1279억 원, 롯데케미칼은 985억 원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 주식을 3월까지만 해도 순매수했다가 4월 들어서는 500억 원이 넘게 순매도하는 등 국민연금의 투자전략에 변화가 읽힌다.

대한유화, 금호석유화학 등 다른 화학 종목도 4월 들어서는 순매도하기 시작했다.

반면 자동차 관련 주식은 사들이고 있다.

연기금은 4월 들어 현대차와 기아 주식을 각각 200억 원이 넘게 샀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현대차 주식은 8358억 원, 기아 주식은 2869억 원을 순매도했던 것과 반대다.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자동차부품사 주식 역시 4월 들어서는 순매수 중이다.

연기금 움직임의 변화는 제한된 국내주식 비중이라는 압박 속에서 수익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읽힌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성장 전망을 놓고 “100년 전통의 내연기관자동차가 스마트카로 전환을 요구받는 시점에서 현대차그룹은 많은 정보통신기술기업과 제휴를 통해 스마트카분야에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한국은 스마트역량이 출중해 중장기적으로 현대차 그룹에 긍정적 견해가 가능하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