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씨티그룹이 한국 등 아시아지역을 포함한 13개 국가에서 일괄적으로 소매금융사업을 매각하고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중심으로 사업체질을 바꾸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금융은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서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확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는데 베트남 필리핀 등 국가에서 씨티그룹의 해외 소매금융사업 인수를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씨티그룹 소매금융 매각 서둘러, 신한금융 동남아사업 인수기회 보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미국 CNBC는 16일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가 2월 취임한 뒤 글로벌사업 구조조정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씨티그룹은 한국과 중국,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호주 등 13개 국가 소매금융사업을 정리하고 수익성이 높은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분야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일반 소매금융보다 고액자산가 대상 자산관리서비스를 주력으로 하고 은행권에서 점유율도 높지 않아 소매금사업 매각을 추진하더라도 흥행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반면 씨티그룹의 베트남과 필리핀, 대만,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지역 소매금융사업은 업력이 길어 현지화가 잘 되어있고 현지시장에서 영향력도 크기 때문에 여러 금융회사가 눈독을 들일 수 있다.

특히 동남아지역 해외사업 확장에 가장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인수합병 경험도 많은 신한금융그룹이 여러 지역에서 씨티그룹의 소매금융사업 인수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씨티그룹은 1902년 필리핀에 처음 진출한 뒤 현재 가장 큰 상업은행으로 자리잡았다.

인도네시아는 1968년에 진출해 현재 가장 큰 외국계은행으로 입지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7년 대만에서 현지 은행을 인수합병하며 진출한 뒤 현재 신용카드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동남아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사업 경험이 적어 고객 확보 등 현지화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 금융회사들에 충분히 매력 있는 매물로 꼽힌다.

신한금융은 최근 씨티그룹의 필리핀 소매금융사업 인수 가능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필리핀 씨티은행 매각은 확실하게 정해진 내용이 없어 조사 차원에서 검토한 것"이라며 "시장에 매물이 나오면 인수합병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이 통상적 절차"라고 말했다.

동남아국가에서 씨티그룹이 운영하던 소매금융사업을 인수한다면 단기간에 영업점 등 인프라와 은행업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현지 고객기반을 확보해 성장을 앞당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해외시장에서 활발한 인수합병 등 투자를 통해 외형성장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는다는 기조를 두고 베트남 등 동남아시장에서 사업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이 베트남 현지은행을 인수한 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다른 국가에서 성공전략을 재현하려 할 가능성도 크다.

신한금융은 인수합병 등 성장을 위한 투자에 쓰일 재원을 조달한다는 목적으로 지난해 사모펀드 주주 대상 대규모 유상증자도 실시해 충분한 자금도 확보하고 있다.

씨티그룹 동남아 소매금융사업을 두고 국내외 금융회사들 사이 치열한 인수전이 벌어지더라도 신한금융이 더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신한금융이 하나금융과 손을 잡고 공동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지난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해외시장에서 공동 인수합병이나 합작법인 설립 등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인수대상으로 적당한 매물이 나타나지 않았고 한동안 코로나19 사태로 현장실사 등이 어려워지면서 아직까지 의미 있는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씨티그룹의 해외 소매금융사업 인수에 뛰어든다면 두 금융회사의 현지 금융당국과 관계 등 네트워크를 모두 활용할 수 있고 인수가격과 관련한 부담도 덜 수 있다.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아시아 소매금융시장에서 손을 떼는 것이 오래 전부터 미뤄지고 있던 과제라며 가능한 이른 시일에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결국 씨티그룹이 매수자를 찾는 데 최대한 속도를 내야 하는 처지인 만큼 신한금융 등 금융회사가 인수 추진 과정에서 가격협상 등에 더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될 가능성도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