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카드 구원투수로 올드보이(OB)가 귀환한다.

권길주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후보는 카드사업 경험은 물론 하나카드에 필요한 준법·디지털경영 역량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오늘Who] 하나카드 구원투수로 권길주 귀환, 김정태 조직안정 의지

▲ 권길주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 후보.


당면과제인 조직 안정화를 도모하면서 하나금융그룹이 힘을 싣고 있는 디지털분야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나온다.
 
13일 하나금융그룹에 따르면 하나카드 대표이사에 내정된 권길주 사장은 1960년 태어나 하나금융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한다.

윤규선 하나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오화경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 사장, 이창희 하나자산신탁 대표이사 사장 등이 권 사장과 동갑이다. 

다만 윤 사장은 2017년, 오 사장은 2018년, 이 사장은 무려 2013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권길주 사장이 만 60세를 넘겨 계열사 대표이사로 새로 선임된 것은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하나금융지주 부회장단 3명과 비교해도 권길주 사장보다 연배가 앞서는 인물은 함영주 ESG부회장이 유일하다.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하나은행장을 2년 만에 지성규 부회장에서 박성호 은행장으로 교체하는 등 김정태 회장 임기 만료 1년을 앞두고 세대교체 기조가 비교적 뚜렷하다.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글로벌부회장 겸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이사 사장, 권영탁 핀크 대표이사 사장, 남상우 하나금융파트너 대표이사 사장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에도 1970년대 출생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미 퇴임한 권 사장을 하나카드 대표이사로 복귀시키기로 한 것은 갑작스런 대표 공백을 추스르기 위한 김정태 회장의 고민에서 비롯된 결과로 해석된다. 

장경훈 전 사장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인사권자인 김정태 회장까지 비판의 대상에 올랐던 만큼 조직문화 개선과 조직 안정화를 빠르게 이끌 수 있는 적임자를 고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권 사장은 하나은행 감찰실장, 하나금융지주 그룹윤리경영담당, 외환은행 준법감시본부장·준법감시인 등 윤리·준법경영 분야에서 두터운 경력을 쌓았다. 

권 사장은 오랜 기간 그룹에서 내부통제 관련 업무를 담당해 하나카드의 금간 신뢰를 재건하고 준법경영 기조를 다지기에 적합한 인물로 여겨진다.

하나금융그룹 임원추천위원회도 권 사장을 하나카드 신임 사장후보로 추천하면서 윤리경영에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추천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권 사장이 하나SK카드 경영지원실장(CFO)을 역임한 것도 장점이다. 최고경영자로서 긴급투입되는데 빠르게 업무를 파악하고 적응할 수 있어 대표 공백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권 사장은 외환은행 출신으로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주역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외환카드를 통합해 출범한 현 하나카드 조직을 이끌기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카드의 최우선 과제가 조직 안정화이기는 하지만 권 사장의 역할이 여기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그룹 임원추천위원회가 권 사장을 후보로 추천하면서 디지털경영을 향한 기대도 내비쳤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김정태 회장이 2018년 디지털 전환을 선포하며 조직개편을 단행했을 때 업무프로세스혁신본부장 겸 ICT그룹장을 맡았다. 지주와 은행의 디지털전략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디지털경영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장경훈 전 사장은 올해 종합 디지털페이먼트(결제) 회사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비전을 추진해 왔다. 디지털분야 이해도가 높은 권 사장이 후임으로 취임하면서 마이데이터 등 핵심 사업전략이 중단없이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