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의 인수후보로 DS네트웍스가 거명되고 있다.

시행사인 DS네트웍스가 대우건설을 인수한다면 시행과 시공을 모두 맡게 되는 종합부동산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후보로 DS네트웍스 거명, 정재환 종합부동산 도약 꿈꿔

▲ 정재환 DS네트웍스 회장. < DS네트웍스 >


12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DS네트웍스는 KDB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 모두를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KDB인베스트먼트에서 3월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으나 한 달 만에 다른 인수타진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DS네트웍스는 국내 시행사 가운데 규모가 큰 회사로 꼽힌다. 2018년부터 시행사 매출 1위를 지켜오고 있고 2019년 매출은 1조6155억 원, 영업이익 2064억 원을 냈다.

이익잉여금도 4천억 원 넘게 보유하고 있어 어느정도 여유있는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대우건설의 매각예상 금액이 1조8천억 원 가량으로 거론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DS네트웍스의 단독인수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인수를 추진하려면 함께 참여할 재무적투자자(FI)가 필요할 수 있는데 최근 사모펀드들이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는 대우건설 투자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져 파트너를 구하는 일이 예상보다 쉬울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반면 DS네트웍스의 인수설에 의문을 품는 시선도 많다.

DS네트웍스의 재무상황을 고려하면 참여할 재무적투자자의 비중이 너무 크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2006년 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했을 때 금호아시아나의 재무적투자자 비중이 결국 문제가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6조 원 이상 매수대금에서 3조 원 이상을 재무적투자자 몫으로 돌렸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주가가 3년 안에 이자를 보상할 수준으로 오르지 못하면 재무적투자자들에게 차액을 물어주는 ‘풋백(put-back)’ 옵션 형태의 계약을 진행해 재무구조를 안정화하기 힘들었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포기를 선언해 대우건설은 2011년에 산업은행이 다시 떠맡게 됐고 현재 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가 관리하게 됐다.

대우건설 매각금액으로 거론된 1조8천억 원도 경영권을 포함한 금액으로는 턱없이 낮다는 말도 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조~2조4천억 원 수준이 될 것”이라며 “1조8천억 원의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고려되지 않은 수준으로 기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과 DS네트웍스가 함께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며 “다만 과거 금호아시아나 실패 사례가 있는데 KDB인베스트먼트에서 비슷한 구조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DS네트웍스가 대우건설의 인수를 추진하는 명분은 확실해 보인다. 시행사인 DS네트웍스가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한다면 시행과 시공을 모두 맡는 종합부동산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시행사는 대규모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사업주체로 부지 매입부터 기획, 인·허가, 설계, 분양에 이르는 과정을 총괄한다.

DS네트웍스가 대우건설 인수를 한다면 시공사를 품게 되고 자체사업이 가능해져 동반상승 효과가 커진다. 국내 개발사업은 대형건설사의 책임 준공없이는 진행이 어려운 사례가 많은데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우건설의 인수후보로 언급돼 왔던 다른 중형건설사들은 일부 사업영역이 겹치기 때문에 중형건설사가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것보다는 시행사인 DS네트웍스가 인수했을 때 이득이 크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재환 DS네트웍스 회장은 금융과 시공을 아우르는 종합부동산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정 회장은 2019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의 두 축을 중심으로 한국 최초의 부동산 개발업자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이미 2017년 말 DS네트웍스 자산운용을 설립하고 2018년 10월 토러스투자증권을 인수해 DS투자증권으로 이름을 바꿨다. 토러스투자증권은 2008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 CEO 출신인 손복조 회장이 창업한 중소형 증권사다.

정 회장은 빠른 결정과 과감한 투자로 승부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에서 망설이지 않는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에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한다면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DS투자증권을 매각하기 위해 장덕수 DS자산운용 회장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장덕수 회장이 이끌고 있는 DS자산운용은 이름에 DS가 들어가지만 DS네트웍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정 회장은 현재 DS네트워크의 사업구조를 놓고 볼 때 부동산 시행과 증권사의 시너지를 만들어내기는 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해 DS투자증권의 매각을 결심했고 매각대금을 대우건설 인수에 활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DS네트웍스는 1981년 설립한 대승실업이 모체로 시계제조업을 했다. 고급 손목시계 브랜드 ‘투가리스’가 대승실업의 주력 제품이었다.

정 회장은 1991년부터 시계 제조업에서 손을 떼고 역삼동 주유소 개발을 시작으로 50여 개 주유소를 지으며 업종을 변경했다.

정 회장은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사업에 뛰어들었다. 해운대 신시가지에 조성된 상가 개발사업에 약 1천억 원을 투자해 대승프라자·대승코아·대승프라임 등 3동을 지었다. 

2018년 5월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내놓은 루윈시티 주상복합용지를 토지주택공사가 제시한 총공급가에 50%를 더 얹어 3140억 원을 써내 10곳이 넘는 시행사를 제치고 입찰을 따내기도 했다. 그 이후 세종시, 인천 송도, 서울 마곡지구 등 수익성이 입증된 부지에 과감한 투자를 하며 사업을 키웠다.

DS네트웍스는 대우건설 인수와 관련해 “인수를 한다, 안 한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KD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대우건설과 관련해 왜 자꾸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