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훈 HMM 대표이사 사장이 벌크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HMM의 흑자전환에 집중해왔는데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라는 장기과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HMM 벌크로 눈돌려, 배재훈 흑자 뒤 사업 포트폴리오

배재훈 HMM 대표이사 사장.


9일 HMM에 따르면 컨테이너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는 큰 틀에 따라 벌크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HMM 관계자는 “HMM 안팎에서 사업 다각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던 만큼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벌크선대를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몇 대까지 늘릴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HMM은 벌크선대를 30여 척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컨테이너 선대는 70여 척 규모다.

HMM이 2월 말 GS칼텍스와 6300억 원 규모의 원유 장기운송계약(10년)을 체결하면서 배 사장이 벌크사업을 확대하는 데 시동을 걸었다는 시선이 나온다.

벌크사업은 곡물, 광물 등을 실어 나르는 드라이(dry)벌크와 원유, LNG 등을 운반하는 웨트(wet)벌크로 나뉜다.

HMM은 GS칼텍스와 계약을 위해 30만 톤급 초대형 원유운반선 3척을 빌리는데 2400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HMM이 웨트벌크뿐 아니라 드라이벌크(건화물) 쪽으로도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2021년 1분기 발틱 건화물운임지수(BDI)도 1750~1800포인트로 나타나 직전 2개년도보다 2.5배~3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발틱 건화물 운임지수는 배로 건화물을 운반하는데 드는 가격 수준을 나타내는 지수다.

배 사장은 3월 말 주주총회에서 벌크사업과 관련해 “전략 화주를 영업기반으로 삼아 원가 경쟁력 있는 선대를 구축하고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수익성 개선에 힘을 쏟겠다”고 말한 바 있다.

HMM이 올해 흑자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배 사장이 벌크사업 강화를 통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데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증권업계에서는 HMM의 올해 영업이익이 2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영업이익 9808억 원을 2배 넘게 웃도는 것이다.

벌크사업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여력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HMM은 지난해 매출 6조4천억 원을 냈는데 이 가운데 88%를 컨테이너사업에서 거뒀다.

컨테이너 운임지수 상승에 힘입어 실적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컨테이너 운임지수 변화에 실적이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은 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벌크사업은 장기운송계약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안정적 수익원으로서 매력을 지닌다.

HMM 관계자는 “컨테이너사업도 1년 계약을 통해 어느 정도 시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지만 벌크사업은 5년, 10년 길게는 15년까지 장기계약을 맺기 때문에 경기변동 등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10년대 초반 HMM의 전신인 현대상선은 컨테이너사업과 벌크사업에서 각각 60%, 40%의 매출을 거뒀다.

하지만 2014년 LNG 운송사업부, 2016년 벌크전용선 사업부를 매각하며 벌크사업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