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3기 신도시 조성사업에서 역할을 확대할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동안 토지주택공사가 추진해 왔던 3기 신도시 조성사업이 경기주택도시공사로 분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 3기 신도시 역할 커지나, 이헌욱 재원과 인력 갖춰야

▲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


하지만 여전히 공공기관과 공직자들을 향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은데다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재원과 인력 등이 턱없이 부족해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9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이달 안에 내놓을 토지주택공사의 개혁방안은 그동안 토지주택공사의 업무와 권한을 축소하고 다른 공공기관에 분산하는 방향을 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주택공사가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관련한 대부분의 사업을 직접 실행하거나 관련 권한을 쥐고 있어 이번 투기사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토지주택공사가 대부분을 쥐고 있던 3기 신도시 조성사업 시행지분을 경기주택도시공사로 분산해야한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가 발표한 8곳의 3기 신도시 가운데 인천 계양지구를 제외한 7곳이 경기도에 있지만 현재 경기주택도시공사는 3곳의 일부분에서 사업시행에 참여하고 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는 하남 교산지구와 과천, 안산 장상지구에서 각각 30%, 30%, 20%의 비율로 사업시행자로 참여하고 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가 3기 신도시 조성사업을 맡으면 사업을 추진하며 얻는 수익이 경기도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경기지역 주민들도 경기주택도시공사의 참여 확대를 바라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의 시민단체가 모인 남양주 다산신도시총연합회는 3월 보도자료를 내고 "3기 신도시 남양주 왕숙지구의 사업시행자 지분은 토지주택공사가 99%, 남양주도시공사 1%, 경기도는 행정지원을 할 뿐"이라며 "다산신도시와 광교신도시 등 경기도의 대형 택지개발을 주도해온 경기주택도시공사가 남양주 왕숙지구 사업에 참여해 토지주택공사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공공개발이익 도민환원기금을 조성해 3기 신도시와 경기경제자유구역 등에서 거둔 개발이익을 지역에 환원한다는 방침을 3월 내놔 경기도민들은 경기주택도시공사의 참여확대를 더 바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3기 신도시 조성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서기에는 재원과 인력이 부족해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의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공기업의 부채비율 법정상한선은 400%지만 행정안전부는 지방공기업의 부채증가를 규제하기 위해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항목에 부채비율을 넣어 300%가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주택도시공사가 3기 신도시 조성사업에 참여해 토지 보상 작업과 공공주택 건축 등의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재원마련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방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클린아이’에 공시된 경기주택도시공사의 부채비율을 보면 2015년 258%, 2016년 194%, 2017년 161%, 2018년 142%, 2019년 141% 등 300%를 넘지 않는다. 

부채총액은 2015년 7조3935억 원을 보인 뒤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5조5천억 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자본총액은 2015년 2조8713억 원을 나타낸 뒤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9년 3조9146억 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시 아래의 지방공기업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도 이와 비슷하게 부채비율을 300% 이하로 유지하고 있지만 경기주택도시공사와 비교해 자본총액이 2배 이상 많다.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자본총액은 2015년 6조6746억 원을 보인 뒤 해마다 증가해 2019년에는 8조5천억 원으로 나타났다. 

부채총액도 경기주택도시공사보다 많기는 하지만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자본금이 많은 만큼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자산규모도 차이가 난다.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자산총액은 2019년 24조 원으로 집계됐지만 경기주택도시공사의 2019년 자산총액은 9조4천억 원에 그친다. 

인력도 부족하다. 

2019년 기준 경기주택도시공사의 임직원은 571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임직원은 1318명으로 2배 이상 많다. 

2021년 3월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서울시 인구는 959만8천 명, 경기도 인구는 1346만5천 명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인구가 훨씬 많지만 경기도의 주택공급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의 규모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이다. 

이번 토지주택공사 직원의 투기의혹으로 공공기관과 공직자 전체를 향한 국민들의 신뢰가 하락해 이를 회복해야하는 일도 과제다. 

경기주택도시공사에서는 이러한 투기의혹을 받는 직원이 나오지 않았지만 경기도청 소속 공무원 가운데 투기의심 사례가 나와 공공기관과 공직자 전체를 향한 국민들의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경기도 반부패조사단은 9일 경기도가 주도한 6개 개발사업지구를 대상으로 경기도청과 경기주택도시공사 직원들의 투기여부 감사를 진행해 도청직원 3명의 투기의심사례를 적발해 고발 또는 수사의뢰했다. 

경기주택도시공사 관계자는 “현재 부채비율로도 3기 신도시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경기도가 추가로 자본을 확충하고 행정안전부의 기준이 완화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며 "앞서 광교신도시와 다산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신도시 조성경험과 관련 인력도 보유하고 있어 3기 신도시사업 참여를 확대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헌욱 사장은 2019년 2월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1968년 태어나 경기주택도시공사 역대 최연소 사장이다. 

임기는 3년으로 2022년 2월까지 경기주택도시공사를 이끌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