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최근 주요 계열사에서 불거진 여성혐오 발언과 대출 갑횡포 논란으로 곤혹스런 상황에 놓였다. 

김 회장은 사실상 임기 마지막 1년을 맞아 하나금융의 ESG경영을 뿌리내리는 데 힘을 쏟고 있는데 돌발악재로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계열사 성 관련 논란에 궁지, 'ESG경영' 김정태 조기진화하나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장경훈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의 여성혐오 발언 논란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까지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장 사장이 최근 연임에 성공해 대표이사 임기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인사권자인 김 회장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연일 장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최근 김 회장까지 대상을 넓혔다. 이들은 7일 김 회장에게 장 사장 해임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연다.

5일까지는 기자회견의 주제가 장 사장의 사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7일 여는 기자회견은 인사권자인 김 회장의 책임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기자회견을 예고하며 “장 사장이 버티기로 이 사태를 돌파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배경에는 하나금융지주의 후진적 조직문화가 있다”며 “김 회장은 장 사장 감싸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신용카드를 룸살롱 여성과 아내에 빗댄 발언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룸살롱이라는 표현에도 문제가 있지만 여성을 대상화하는 여성혐오적 시각이 더욱 큰 문제로 지적됐다.

노동계뿐 아니라 정치권도 이번 사건을 주목하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5일 대표단회의 모두발언에서 “장 사장은 대체 몇년도를 살고 있는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장 사장의 책임있는 사퇴뿐 아니라 하나카드에 고용노동부가 즉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발언을 향한 사회적 시각은 엄중한 편이다. 5일 서울행정법원은 주재관 오찬에서 여성비하 발언을 한 김영근 전 중국 우한주재 총영사에게 내린 정직 3개월의 징계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법원은 “고위공무원으로서 높은 품위를 유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성적 농담을 했다”며 “이런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돼 외무공무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훼손됐다”고 봤다.

공직과 민간이라는 차이가 있으나 장 사장 역시 최고경영자로서 의무와 고객 신뢰를 지킬 책임이 있는 만큼 잣대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시선이 많다. 

여기에 주요 자회사인 하나은행에서 지점장이 대출상담 고객을 술자리로 불러 음주를 강요했다는 논란도 제기된 점도 김 회장으로는 더욱 머리가 아프게 됐다.

사무금융노조는 이 사건을 놓고 ‘대출갑질’이라고 부르며 비판했다. 7일 여는 기자회견에서  장 사장의 발언뿐 아니라 이와 관련한 강도 높은 비판도 예고했다. 

노조는 “권력과 위력을 이용해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갑질을 해도 된다고 여기는 하나금융지주의 비인간적이고 비민주적 조직문화, 성차별적 사회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며 “여성혐오와 대출갑질에 회장이 직접 사죄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사회적·윤리적 가치요소를 기업경영에 반영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ESG 부회장을 신설하고 이사회 내에 전담조직도 마련했다.

하나금융지주는 물론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등 비상장 계열사에도 여성 사외이사를 두는 등 상대적으로 이사회 성별 다양성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장 사장 발언에 하나은행 지점장 논란까지 겹치면서 이러한 노력들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김 회장이 이번 논란을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이유다.

하나금융그룹이 시기적으로 민감한 시기라는 점도 김 회장의 고민을 깊어지게 하는 대목이다. 김 회장은 최근 임기 1년 연임을 결정한 상황에서 후계구도 재편을 추진하고 있는데 논란이 지속되면 조직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