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법이 본격 시행됐다. 법안 추진 10년 만이다.

줄여서 금소법으로 불리는데 금융회사들로서는 소비자를 ‘금’처럼 '소'중하게 대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데스크리포트] 4월 기업 동향과 전망-KB금융 신한금융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 적용 대상은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금융회사 거의 모든 업권을 망라한다.

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만 빠졌지만 적용 대상에 오르는 건 시간문제다.

소비자 쪽에서 보면 물건을 샀다 환불하는 것처럼 청약 철회권이 생기는 등 유리한 법안임에 틀림없다.

◆ KB금융그룹, 윤종규의 약속 지켜질까 

- KB금융지주 주가는 올해 들어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오른 수준이다. 은행주 자체가 글로벌 자산시장 흐름에 연동해 움직일 수밖에 없지만 지난해 순이익 규모로 리딩뱅크 1위를 차지한 데다 향후 배당성향 확대 등 주주환원정책을 향한 기대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3월26일 주주총회에서 "배당성향이 30%는 돼야 한다는 것이 일관적 생각이며 상황에 따라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에 접근해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권고에 맞추느라 지난해 배당성향이 20%에 머물렀지만 중간배당 등을 통해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은행 영업점들의 혼란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금융지주 대부분이 호실적을 거뒀지만 비은행부문 실적 증가에 힘입은 바가 컸다. 그만큼 은행 실적은 부진했다는 뜻이다. 비대면 중심으로 영업환경이 급변한 상황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도 시행돼 영업에 적극 나서기에 더욱 쉬지 않게 됐다.

KB국민은행은 스마트텔러머신(STM) 입출금서비스를 4월 말까지 중단했다. 상품설명서를 고객에게 전달해줘야 하는데 현재로서 불가능해 이메일로 전달하는 시스템 등을 만들기 위해 서비스를 일시중단했다고 한다.

- KB국민은행은 4월 알뜰폰사업 리브엠 재지정을 앞두고 있다. 2+2로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사업을 할 수 있는데 2년의 승인기간 만료를 앞둔 것이다. 리브엠은 금융을 통신과 결합하는 취지로 혁신적 시도로 평가받았고 KB국민은행도 출시 초기부터 공격적 마케팅으로 힘껏 밀었던 사업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데다 사업을 둘러싼 잡음도 계속 나오고 있다. 직원들은 리브엠 가입실적을 직원 평가에 반영해 압박을 받고 있다는 주장을 해왔다. 야심차게 출발한 리브엠사업이 안팎에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더라도 자칫하면 ‘계륵’ 신세가 될 수도 있다.

- KB국민카드는 3월25일 사업목적에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을 추가했다.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을 본격 추진하려는 것이다. KB금융그룹에서 1월 마이데이터사업 본허가를 받은 계열사는 은행과 카드 2곳이다. KB페이로 통합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지 주목된다. KB캐피탈도 마이데이터 2차 예비허가 신청을 할 채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KB증권의 라임펀드 관련 징계안이 4월 안에 확정될지도 주목된다. 3월17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라임펀드와 관련해 KB증권의 징계가 확정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미뤄졌다. 박정림 KB증권 각자대표이사 사장은 ‘문책경고’ 중징계가 확정되면 향후 금융권 경력을 이어가는 데 제한을 받는다.

정례회의에서 확정되기까지 소위원회가 여러 차례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안의 복잡성과 중요성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KB증권과 박 사장의 처지에서 보면 오랜 시간 불확실성에 시달려야 하는 일이 달가울 리 없다.

◆ 신한금융그룹, 조용병의 반성 통할까 

-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을 두고 내심 가장 긴장할 수밖에 없는 곳은 신한금융그룹일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에서 지난해 라임펀드 등 투자상품 판매로 대규모 손실사태를 겪었던 탓이다. 신한금융의 펀드사태가 10년 이상 발목이 잡혀있던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 통과를 촉발했다는 시선도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도 3월 말 정기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투자상품 사태를 가장 먼저 언급하면서 반성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정기 주총이 열린 날은 공교롭게도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날이기도 했다.

이런 반성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으려면 조 회장은 지난해부터 여러 계열사에 도입한 금융소비자 보호 및 내부통제 강화조치가 올바르게 동작하도록 철저하게 관리해 소비자 신뢰와 신한금융의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

- 조 회장은 주총에서 올해 추진해 나갈 경영가치로 '고객 우선'을 제시했다. 신한금융의 모든 사업을 고객 관점에서 다시 정의하고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도록 모든 계열사에 고객중심 문화 확산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신한은행에서 라임펀드상품이 판매됐을 때 은행장을 맡던 진옥동 행장이 지난해 사장단인사에서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평가를 거쳐 2년의 임기를 더 보장받았고 이번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에도 선임됐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이 추구하는 변화의 진정성을 놓고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 신한은행은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앞으로 금감원 제재심의위에서 나올 징계수위에 따라 진옥동 은행장의 거취와 신사업 진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대상 라임펀드 2차 제재심의위는 3월18일 2차로 열렸다.

진 행장은 이미 금감원에서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사전통보받았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지주도 내부통제 미흡 등으로 기관경고 등 제재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진 행장이 중징계를 받아 금융회사 취업제한에 묶이면 신한금융지주 다음 후계구도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라임펀드 판매 은행에도 앞서 내려진 징계와 같은 수준에서 일관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은행의 어려움도 고려돼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금융상품 판매에 따른 소송이나 징계 등 우려도 크지만 당장 실적에도 막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만 해도 지난해 순이익이 30% 넘게 줄었는데 환매중단된 독일 부동산펀드 투자자에 원금 50%를 가지급하고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자에도 원금의 최대 70%를 미리 보상해준 탓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