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30일.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의 취임식 날짜다. 취임날짜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제 막 ‘취임 1년’이 된 셈이다.

구현모 사장은 취임 1년이 된 현재 본격적으로 기업구조 개편의 시동을 걸고 있다. 구현모 사장은 KT를 왜, 어떻게 바꾸려는 걸까?

◆‘쪼개야 산다’, 구현모가 KT라는 거대한 바위산을 나누려는 이유

구현모 사장은 ‘디지코(디지털 기업)’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면서까지 KT의 ‘디지털화’를 강조하고 있다.

구현모 사장은 2020년 10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T의 성장과 변화를 설명하며 “KT를 성장없는 회사, 변화없는 회사라고 많이 생각하지만 KT는 ‘디지코’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사장의 이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단순한 통신회사에서 벗어나 종합 디지털회사가 되겠다는 포부로 해석할 수 있지만 한 발 더 나아가면 KT의 체질을 바꿔놓겠다는 이야기로도 해석된다. 

4차산업혁명, 혹은 사회의 디지털 진화에 민첩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단순히 KT의 사업내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KT의 체질 자체를 ‘디지털시대’에 걸맞는 기업으로 바꿔내겠다는 것이다. 

구현모 사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기업은 성장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라고 말했다.

매우 원론적 이야기로 들리지만 이 말을 KT에 대입해보면 구현모 사장의 고민이 드러난다. KT는 성장하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기에는 너무 비대하고 둔하기 때문이다.

비대하다는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각 사업들의 성장성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단점 역시 비대한 조직의 몫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2월10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KT는 규모가 너무 커서 성장성이 부각되지 않는 상태”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구현모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계속해서 기업가치 재평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KT가 진정한 기업가치에 비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 사장은 종종 “경쟁사인 SK텔레콤보다 매출도, 고용인원도 더 많이 나오는데 사람들은 항상 KT를 2등으로 인식한다”는 불만을 내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구현모 사장의 이런 생각은 주가부양 의지로 나타나고 있다. 주가는 시장이 기업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뚜렷한 잣대인 만큼 최고경영자(CEO)가 주가부양을 천명하는 것은 기업가치를 높이겠다, 재평가받겠다는 말과 같은 뜻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KT의 주가는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작년 초부터 현재까지 코스피 상승폭과 비교해보면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3월8일 종가 기준 KT의 주가는 2만6100원으로 2020년 1월2일 종가와 비교해 소폭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는 2175.17에서 2996.11까지 급상승했다. 

구현모 사장이 KT를 변화시키려는 목적을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KT의 기업가치 재평가를 위해서는 KT의 비대한 몸집 속에 가려져 있는 KT의 숨겨진 성장산업들의 가치를 드러내는 방향으로 기업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현모 사장은 KT를 어떻게 개편하려고 하는 걸까? 

이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비즈니스포스트의 통신 담당기자, 박혜린 기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다.

◆ 분할과 합병, 상장과 매각, 구현모는 KT를 어떻게 쪼개려 하는가

박혜린(이하 박): 안녕하세요, 비즈니스포스트에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를 출입하고 있는 박혜린 기자입니다.

윤휘종(이하 윤): 방금 박 기자도 또 SK텔레콤을 KT보다 먼저 말했는데요. 사실 KT는 억울할수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확실히 KT는 2등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죠. 

박: 맞아요. 윤 기자도 통신기자했을 때 그렇게 썼죠?

윤: 그렇죠 아무래도. 그러니까 사실 구 사장이 KT를 바꿔야한다, 기업구조를 바꿔내야 한다 이 말은 이해가 돼요. 이유가 공감도 가구요. 그렇다면 어떻게 바꾸냐가 문제일텐데, 사실 지금 기업구조 개편이 끝난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이니까 어떻게 바꾸는지와 관련해서는 정말 여러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 저는 이렇게 나눠서 이야기 해 보고 싶어요.

우선 기업 다이어트라는 측면에서 성장성이 낮은 사업들의 매각 및 철수, 두 번째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사업들의 성장성을 드러내는 측면에서 분할과 합병, 그리고 상장. 마지막으로 이 모든 변화의 중심이 될 수 있는 KT 자체의 변신, 그러니까 지배구조의 변화라고 할까, 지주회사나 중간지주사, 이런 문제들, 이렇게 세가지로 나눠서 접근하면 어떨까 해요.

박: 그렇다면 처음으로 얘기할건 먼저 매각과 철수, 이 얘기가 되겠네요. 가장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기도 하구요. KT가 최근에 KT파워텔을 매각했거든요.

윤: KT파워텔이면 그거죠, 무전기회사. 이 회사가 그냥 무전기사업만 하는 건 아니고 사물인터넷(IoT)사업도 하고 그런다고 들었는데, 이 회사를 매각한 이유는 뭘까요?

박: 성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거죠. KT 파워텔 매출을 보면 알 수 있어요. 2010년에 KT파워텔 매출이 1270억 원이었는데 2019년에는 그게 627억 원까지, 그야말로 반토막이 났거든요. 

윤: 그런데 KT파워텔은 통신회사잖아요. 어떻게 보면 KT의 본업을 구성하는 회사라고도 볼 수 있을텐데, 이 사업을 매각했다는 건 구 사장의 기업구조 개편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박: 그렇죠. 아까 윤기자가 말했던 대로 KT는 엄청 비대한 조직이고 비효율적 사업들도 많으니까 그런 사업들을 ‘다이어트’ 하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비효율적이고 성장성이 없는 사업이라면 본업인 통신업이어도 얼마든지 다이어트 할 수 있다. 그런 개념이라고 볼 수 있겠죠. 더 이상 통신회사라는 틀에 휘둘리지 않겠다.

윤: 비효율적 사업 얘기하니까 또 바로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사업이 떠오르는데요. 유선전화사업에서 철수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죠?

박: 맞아요. 유선전화부문도 마찬가지에요. 지금 5년동안 유선전화부문 매출이 1조 원이 줄었어요. 사양산업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러니까 철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고. 

윤: 어쨌든 결국은 비대해진 KT를 슬림하게 만들자 이런 측면에서 매각, 철수작업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이다, 이렇게 볼 수 있겠네요. 

저는 이 얘기를 준비하면서 갑자기 구현모 사장의 그 발언이 생각나더라구요, 구 사장이 그랬잖아요. 왜 KT가 항상 SK텔레콤 뒤에 나와야 하냐. 우리가 매출도 더 크고 사람도 더 많이 고용한다. 

근데 왜 영업이익 이야기는 안했을까?

그래서 실제로 한번 비교해봤어요. 2020년 기준으로 SK텔레콤의 매출이 11조7천억, KT의 매출이 17조9천억 원으로 KT가 1.5배가 넘게 많단 말이죠.

근데 영업이익을 보면 똑같이 2020년 기준으로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이 10조2천억 원, KT의 영업이익이 8조8천억 원으로 SK텔레콤이 오히려 많아요. 그래서 옛날 것까지 다 보니까 역시 SK텔레콤이 더 많을 때가 훨씬 많아요. 매출은 KT가 쭉 훨씬 높은데. 

이 말은 KT의 사업이 뭔가 더 비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잖아요. 그래서 구 사장이 조직다이어트를 해야겠다, 이 말은 어떻게 보면 SK텔레콤을 이기고싶다, 이런 얘기로도 들려요.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한 점이, 유선전화 말고 또 다음 매각대상으로 거론되는 자회사들이 있나요?

박: 지금 이야기가 나오는 기업으로는 KT텔레캅, KT서브마린 등이 있어요.

윤: KT텔레캅이면 보안회사 아닌가요? 이거 재밌네요. 경쟁사인 SK텔레콤은 아예 비통신사업의 3대축 가운데 하나로 보안사업을 설정하고 ADT캡스같은 자회사를 통해서 엄청 밀어주고 있잖아요? 그런데 KT텔레캅은 매각 얘기가 나왔다는 거죠?

박: 일단 ADT캡스와 KT텔레캅의 사정이 많이 달라요. 보안시장에서 지금 ADT캡스가 2위, KT텔레캅이 3위로 평가받는데, 영업이익을 보면 2020년 3분기 기준으로 ADT캡스의 영업이익이 320억 원인데 KT텔레캅의 영업이익이 10억 원밖에 안돼요. 심지어 지금 보안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도중인데도 KT텔레캅의 영업이익은 오히려 2019년과 비교해 급감했죠. 

윤: 그래도 또 보안사업은 SK텔레콤이 보여주듯이 본업인 통신사업과 굉장히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이잖아요. 특히 4차산업혁명, 디지털시대로 가면 갈수록 보안 사업의 중요성은 계속 커질 거라고 하고.

이런 측면에서 정말 구현모 사장이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기업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대전제는 있는데, 과연 어떤 사업을 버리고 어떤 사업에 집중해야 하는가. 다이어트 측면에서는 이게 구 사장 최대의 고민이 아닐까 싶네요.

그렇다면 이번엔 다음 이야기를 해볼까요. 기업가치를 높이고 사업들의 성장성을 드러내는 측면에서, 분할과 합병. 어떻게 보면 앞에서 말한 ‘KT 쪼개기’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지점이 아닐까 싶은데요. 지금 KT를 보면 ‘물적분할 덕후다’, 이렇게 표현해도 과장이 아닐 것 같습니다.

박: 당장은 미디어사업 쪽에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죠. 대표적으로 구 사장이 취임 초기에 단행했던 콘텐츠 자회사 스토리위즈의 설립을 얘기할 수 있겠죠.  

윤: 시즌도 분사한다고 하더라구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그러니까 KT에서 만든 넷플릭스 같은 거죠?

박: 맞아요. 아직 검토 수준이긴 한데, 그런 얘기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해요. 

윤: 사실 시즌은 아직 자리를 잡았다고 말하기는 조금 무리가 있잖아요. 안그래도 그 얘기를 듣고 주위 사람들한테 시즌 아냐, 라고 물어봤는데 이름만 들어봤다는 사람 반, 이름도 못들어봤다는 사람 반이더라구요. 쓴다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구요. 그런데 그런 시즌을 분사하겠다는 건 어쨌든 온라인 동영상서비스가 성장산업이니까, 아까 이야기했던 대로 성장성이 보이는 사업은 따로 떼어내서 독립시키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겠네요.

박: KT의 물적분할은 명확한 의도를 띄고 있어요. 지금 시장이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사업에 특화된, 좀 더 작고 민첩한 조직을 만들어서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것이죠. 

윤: 아까 이야기한 너무 비대해진 KT 라는 측면에서 그걸 개선하겠다는 것이군요. 듣고 보니 전 약간 이렇게 이해가 되네요. 예를 들어 탱크가 앞으로 가고 있는데 뒤에서 적이 나타났다, 그러면 탱크가 180도 회전해서 적을 공격하는 것보다, 포탑이 개별적으로 돌아가서 쏘는게 훨씬 더 효율적이다, 이런 느낌으로 이해가 돼요. 

박: 그렇죠, 그리고 여기에는 한 가지 측면이 더 있어요. 아까 제가 듣고있을 때 윤기자도 말씀하신 것 같은데, 바로 주가 측면이죠.

윤: 아, 자회사의 상장 이야기군요.

박: 맞아요. 사실 성장성 있는 자회사를 물적분할 한 뒤 그 자회사를 상장시켜 기업가치를 높이는 전략은 굉장히 자주 사용되는 전략이죠. 현금도 들어올 수 있고. 그러면 이 현금을 인수합병에 사용할 자금으로 쓸 수도 있고, 이런 전략인거죠.

윤: 방금 또 중요한 이야기가 나온 것 같은데요, 인수합병. 그런데 일단 이 인수합병 이야기는 조금 더 뒤에서 해보기로 하구요, 기업가치, 그리고 이를 보기 위한 주가 이야기를 좀 더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아까 KT가 SK텔레콤보다 매출은 더 많다고 했잖아요 영업이익은 살짝 적고. 그런데 시가총액을 보면, 이게 압도적으로 SK텔레콤이 높단 말이죠. SK텔레콤은 20조인데 KT는 6조8천밖에 안돼요.

보통 주가가 기업가치를 얼마나 반영하는지 볼 때 우리가 쓰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있잖아요. 그걸로 보면 SK텔레콤이 18배인 것과 비교해 KT는 11.21배에 그치고 있더라구요. 확실히 구 사장이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아야겠다는 욕구가 솟아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박: 그렇죠. 구현모 사장은 진짜 사장 자리에 오른 뒤 끊임없이 주가부양 이야기를 해왔어요. 심지어 자사주를 사기까지 했죠. 근데 아까도 이야기했다시피 KT의 주가가 그리 신통치 않아요 계속. 요새 KT 주가가 엄청 오르긴 했는데, 최근에 좀 오르긴 했는데, 그래도 구현모 사장 취임할 때랑 거의 비슷한 수준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구 사장의 카드로는 이만한 것이 없죠. 물적분할을 통해 KT라는 기업 자체의 ‘쪼개기’를 진행하면서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다. 

실제로 구현모 사장이 한 말이에요. 작년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직접 들은 말인데, 정확히 이렇게 얘기하더라구요. 어떤 다른 해석의 여지도 없이 정확하게. “분사와 상장을 통한 KT 기업가치의 재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구 사장의 이 계획이 이제 시작되고 있는거죠. 

윤: 너무 분명한 얘기네요. 그런데 우리가 ‘쪼개기’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사실 기업구조 개편에는 분할만 있는 것은 아닐 거란 말이죠. 구현모 사장이 합치는 작업 역시 하고 있죠? 

박: 네, 맞아요. 합쳐서 시너지가 난다면, 합치는 것이 오히려 구현모 사장이 생각하는 ‘슬림한 KT 만들기’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겠죠. 대표적으로 KTH와 KT엠하우스를 합친걸 들 수 있겠네요. 커머스와 미디어를 합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시도죠.

윤: 미디어와 커머스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예전에 CJE&M과 CJ오쇼핑의 결합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그럼 분할, 합병, 이런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쩌면 오늘 이야기 중에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지금 아까 말했듯이 거의 KT가 ‘물적분할 덕후’다, 이런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사업회사를 하나, 둘, 떼어내다보면 결국 KT가 지주회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측면에서 요즈음 이 이야기가 가끔씩 나오더라구요. KT의 지주회사 전환.

지금까지는 구현모 사장의 KT 기업구조 개편과 관련해 분할과 상장, 매각, 인수합병 등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KT의 지주회사 전환부터 시작해서, 과연 구현모 사장은 KT를 궁극적으로 어디로 이끌려고 하는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박혜린 기자와 함께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