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플랫폼법안)' 제정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플랫폼법안의 최대 쟁점인 알고리즘 공개를 둘러싼 우려를 덜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정위 플랫폼법 제정 앞으로, 조성욱 알고리즘 공개 우려를 덜어내나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공정위와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공정위가 플랫폼법 제정과 관련한 플랫폼업계의 우려에 적극 대응하면서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공정위는 1월28일 플랫폼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네이버, 구글 등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사이 의무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거래 당사자로 약한 지위에 있는 입점업체를 보호하면서도 공정한 시장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취지를 지니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1월22일 연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독과점 플랫폼의 경쟁제한행위를 규율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플렛폼법안은 갑을 관계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공룡 플랫폼'(네이버, 쿠팡 등)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온라인 중개사업자(플렛폼 업체)는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사실상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공정위는 플렛폼법안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 거래의 특성을 고려해 계약서 작성·교부 의무 및 금지행위 규정 등을 새롭게 설계했다.

특히 계약서에 명시해야 할 항목 가운데 하나로 ‘재화 등의 정보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노출되는 순서, 기준’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제품 노출의 순서를 결정하는 알로리즘을 외부에 밝히는 것이라 플랫폼업체는 즉각 난색을 표시했다.

플렛폼업체는 알고리즘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빅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라 플렛폼법안대로 하면 핵심 경쟁수단인 영업비밀을 공개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12월11일 대표로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안'은 '알고리즘 공개'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김진우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월29일 서강대ICT법경제연구소가 주최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동향 이해와 입법대안 모색' 세미나에서 "전혜숙 의원안은 자칫 알고리즘 공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알고리즘은 영업비밀이자 경쟁력인데 이를 공개하면 입점업체가 어뷰징을 통해 순위를 올리는 등 악용을 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알고리즘은 특정 사업을 위해 가격·거래조건·거래방법 등에 관해 인공지능(AI)를 활용해 필요한 절차·방법·명령어·규칙들을 집적한 것이다. 인적 물적 투자를 통한 결과물이므로 기업의 영업비밀에 속한다고 볼 수도 있다.

현행 법률 체계는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를 통해 기업의 영업비밀을 법률로 보호하고 있다. 

영업비밀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합리적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를 말한다.

플랫폼업계는 노출 순서나 기준은 이미 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플랫폼법안이 그보다 더 깊은 핵심정보를 공개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시해왔다.

이에 조 위원장은 노출 순서, 기준 공개를 놓고 "계약서 작성에서 노출 순서에 관련한 알고리즘까지 기재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하며 업계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 주력했다.

조 위원장은 2020년 1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플랫폼법안에 담길 노출 순서 기준 명시는 노출 순서에 대한 알고리즘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며 "입점 업체에 일정 수준의 예측 가능성을 줄 수 있도록 주요한 원칙을 제시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알고리즘 공개에 따른 영업비밀 유출과 거래실적 조작을 통한 악용 가능성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플랫폼 기업의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분쟁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우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 교수가 알고리즘 노출 가능성을 우려했던 전혜숙 의원안은 공정위가 플랫폼법안의 주도권을 잡으며 주춤하는 양상이 됐다.

플랫폼업계는 토종업체에 대한 역차별도 우려했다. 구글·아마존 같은 해외기업들은 플랫폼법안이 요구하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플랫폼의 책임 강화가 수수료 인상 등 입점업체로 비용 전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 위원장은 역차별 우려도 적극 해명하고 있다.

그는 3월9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역차별 우려를 두고 "역대 가장 큰 과징금이 나왔던 퀄컴사건도 한국 기업이 아니라 외국기업이 대상이었다"며 "경쟁법은 세계적으로 역외 적용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해외기업에도 적용하는 것이고 역차별은 없다"며 "만약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이나 스마트폰 운영체제(OS) 등과 관련해 공정위가 법을 집행하게 되더라도 해외에서 문제를 제기할 일은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방통위와 공정위의 국회 상임위인 과방위와 정무위원회에서 플랫폼법안을 놓고 최종 조율이 본격화되고 있다.

방통위와 공정위는 2008년 업무협약을 체결해 방송통신분야에서 한 부처가 조치하면 다른 쪽에선 조치를 하지 않도록 협조한 바 있다.

양측의 플랫폼법안은 국회 본회의에 가기 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율절차를 또 한 번 거친다. 이 과정에서 입법 보완절차를 통해 온라인플랫폼업계의 '알고리즘 공개', '국내 플랫폼 역차별' 우려가 한 차례 더 걸러질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쳐 '알고리즘 추천서비스 투명성 원칙'을 5월 마련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정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