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사장으로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이삼걸 전 행정안전부 2차관이 내정되면서 또다시 ‘낙하산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내정자는 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경상북도 행정부지사와 행정안전부 차관보를 거쳐 행정안전부 제2차관을 지낸 정통관료출신이다. 
 
위기의 강원랜드는 전문가 필요하다, '보은인사' 이삼걸이 과연 답인가

▲ 이삼걸 강원랜드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특히 이 내정자는 지난해 치뤄진 21대 총선에서 경상북도 안동시·예천군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낙선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2014년 진행된 지방선거에서 경북 안동시장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한 뒤 2018년 열린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같은 지역에 한번 더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후보의 경북도선거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러한 이 내정자의 선거 이력을 두고 문재인 정부가 임기 1년을 남기고 ‘보은인사’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온다. 

강원랜드 사장의 임기는 3년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공기업 사장들이 스스로 자리를 내려놓는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임기를 완주할 수 있다. 

강원랜드 사장은 경영평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해마다 2억 원 안팎의 연봉을 받는다.

최근 5년 동안의 연봉 내역을 살피면 기본급으로 1억5천만 원 안팎을 받았고 성과급으로 많게는 약 8천만 원 정도를 받았다. 사장에게 주어지는 복리후생비와 업무추진비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연봉은 더 올라간다. 

사장에서 물러난 뒤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갈 때 이력서에 넣기에 좋은 ‘한 줄’이 될 수도 있다. 

공기업 사장으로서 지역사회와 함께 여러 사업을 추진하면서 좋은 이미지를 쌓아 국회에 간 사례도 여럿이다. 

21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뱃지를 단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대 총선에 출마하기 앞서 각각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지냈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은 강원랜드의 경영상황을 개선해야 하는 시점에서 낙하산인사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는 사장 선임은 적절하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2000년 개장한 이후 첫 적자를 봤다. 

카지노사업의 매출 비중이 가뜩이나 높은 상황에서 비카지노사업의 매출을 크게 늘리지 못해 더 큰 위기를 맞았다. 

강원랜드는 그동안 카지노사업 비중 낮추기 위해 콘도, 골프장, 호텔 등을 함께 운영해 왔지만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강원랜드는 그동안 호텔, 리조트, 수영장, 스키 등 레저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곤돌라, 야생화투어, 레일바이크, 키즈 프로그램 등 다양한 연계 콘텐츠를 운영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2019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위원회별 분석‘을 보면 강원랜드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 호텔, 콘도, 골프, 스키, 워터월드 등 모든 비카지노사업에서 순손실 830억 원을 봤다. 

해외의 다른 카지노사업의 사례를 보면 카지노사업과 다른 관광사업을 접목시켜 종합관광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세계적 카지노기업인 윈(Wynn) 리조트는 초기에는 카지노 매출에 크게 의존했으나 리조트부문을 꾸준히 키워 종합레저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1930년대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사업만 성행한 ‘죄악의 도시’로 여겨졌지만 1989년 스티브윈이 세운 복합리조트 '미라지'를 시작으로 세계적 관광도시로 탈바꿈했다. 
 
위기의 강원랜드는 전문가 필요하다, '보은인사' 이삼걸이 과연 답인가

▲ 강원랜드가 운영하는 하이원 그랜드호텔 전경. <강원랜드>


국내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카지노사업을 하고있는 파라다이스도 인천 영종도에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를 지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면서 문을 연 지 1년 만인 2018년 방문객 120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원랜드를 이끌었던 사장들과 이 내정자의 면모를 보면 강원랜드를 종합레저기업으로 키워나갈 '전문가'의 모습은 찾아 보기 어렵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강원랜드를 이끌고 있는 문태곤 사장은 감사원에서 오래 근무한 공무원출신 사장이다. 

문 사장은 노무현정부 말기인 2007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내 문재인 정부의 ‘낙하산인사'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앞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박근혜정부에서 강원랜드를 이끈 함승희 사장은 법조인출신의 정치인으로 ‘친박근혜’계 인사였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강원랜드 사장을 지내며 채용비리를 일으킨 최흥집 사장도 강릉시 부시장까지 지낸 뒤 2014년 지방선거에서 강원도지사에 새누리당 소속으로 출마한 공무원출신 정치인이다. 

강원랜드는 코스피에 상장된 기업이기도 하다. 

폐광기금을 납부해 폐광지역 주민들을 도와야하는 공기업으로서의 사명도 있지만 회사의 이익추구 행위를 통해 주주들의 기대에 보답해야하는 상장기업으로서 해야할 일도 있다.

최근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이 개정되면서 앞으로 강원랜드가 카지노사업에서 발생하는 총매출의 13%를 폐광기금으로 납부하게 됨에 따라 강원랜드의 비용부담은 더욱 늘게 됐다. 강원랜드는 기존에 폐광기금으로 법인세차감전 순이익의 25%를 납부해 왔다.

한시법으로 제정된 특별법이 계속해서 찔끔찔끔 연장만 되고 있는 상황에서 강원랜드, 정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어느 누구도 종합레저기업으로서의 강원랜드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지하에서 벌어질 우려가 있는 도박 수요를 양성화하는 데 만족하는 기초적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과연 또다시 특별법 개정이 필요한 2045년, 강원랜드와 폐광지역의 상황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폐광지역 주민들과 강원랜드 주주를 위해 강원랜드를 진정한 종합레저기업으로 만들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한 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