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을 담은 마사회법 개정안이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강한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마사회와 말산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위기 극복과 비대면사회 확대에 대비해 온라인 마권 발매를 절실하게 바라고 있지만 법 개정이 지지부진해 답답해 하고 있다. 
 
마사회 온라인 마권 발매 압박하는 여야 의원, 농림부 시기상조 난색

▲ 김우남 한국마사회 회장. 


7일 국회와 농림축산식품부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마사회의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을 뼈대로 하는 법률 개정안 4건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 소관위원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사회의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온라인 마권 발매를 두고 부정적 의견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2월23일 열린 임시국회 제2차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윤재갑 의원과 국민의힘 소속 정운천, 이만희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한국마사회법 일부개정 법률안’ 4건이 논의됐다. 이 개정안 4건은 모두 마사회의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을 뼈대로 한다. 

이날 온라인 마권 발매를 찬성하는 여야 의원들과 이를 반대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사이에는 치열한 설전이 오갔다.

이만희 의원은 “온라인 마권 발매를 논의한 것이 10개월이 넘었지만 온라인 마권 발매 부작용과 관련한 연구나 로드맵(청사진)을 그려나가는 노력이 너무 부족하다”고 따졌다.

정운천 의원은 “코로나19로 경마가 중단된 지 1년이 넘었다”며 “온라인 마권 발매는 불법 사설경마 규모가 13조 원이나 되는 상황에서 불법 경마를 줄이고 합법적 경마를 통해 마사회와 말산업을 살릴 수 있는 기회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의 경마사업은 국민들의 인식에서 여전히 사행성이 강하다는 점과 마사회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한 것을 이유로 들며 마사회의 온라인 마권 발매를 반대했다.

박영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마사회와 경마사업을 두고 “경마 관계자의 잇따른 사고 등으로 경마와 마사회를 향한 사회적 신뢰가 많이 떨어져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온라인 경마를 당장 도입하는 부분은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사행산업위원회도 온라인 마권 발매를 두고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경마를 비롯해 경륜, 경정, 카지노 등 사행산업을 관리하고 있는 국무총리 아래의 기구다. 

행정안전부는 장외발매소가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세금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의 의견 수렴 및 지방세법 개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온라인 마권 발매가 허용에 따른 청소년 보호문제와 구매상한제 등 건전화정책이 수립되지 않은 점과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마사회가 진행하는 경마 영상이 실시간으로 송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마사회의 온라인 마권 발매에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비슷한 경륜과 경정사업의 온라인 발매와 관련해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2월24일 열린 문화체육관광위 체육관광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문체부는 온라인을 통한 경륜·경정이 매출총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사행산업통합감독위로부터 관련 권고를 받을 때에는 온라인 발매를 일시 중단하는 등 선제적 조취를 취하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온라인 경륜·경정 승자투표권 발매를 수용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온라인 마권 발매를 두고 여야의원들이 찬성으로 뜻을 모으고 있는 만큼 농식품부가 반대하더라도 의원들이 법안 통과를 밀어붙일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마권 발매를 두고 국민들 사이에서 부정적 시선이 있는 만큼 주무부처의 반대의견을 무시하기에는 의원들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말산업계에서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경마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자 온라인 마권 발매가 허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 전국마필관리사 노동조합, 한국마사회 노동조합 등 32개 말산업 종사자 단체는 2월14일 말산업 붕괴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온라인 마권 발매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온라인 발매 시행은 국내 말산업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므로 국회와 정부가 현재 상정된 관련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 달라”며 “수차례에 걸친 건의와 집회 등 간절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 말산업 종사자들의 고통은 외면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 노조는 온라인 마권 발매를 담은 마사회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며 2월 몇 차례에 걸쳐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말산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로 경마가 중단되면서 경주마 등을 제때 판매하지 못하고 경마 종사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는 등 말산업 전체가 입은 피해만 약 7조6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마사회도 1949년 설립된 뒤 한국전쟁 때를 제외하면 지난해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마사회가 잠정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마사회는 지난해 순손실 4380억 원을 봤다. 경마가 정상적으로 진행된 2019년에는 한 해 동안 순이익 1449억 원을 거뒀다.

마사회의 지난해 매출은 1조850억 원에 그쳤다. 마사회가 2019년 한 해동안 거둔 매출 7조3937억 원의 15%수준에 그친다. 

마사회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유보금으로 간신히 버텼지만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그마저도 힘들어져 차입까지 해야하는 상황이다”며 “올해 매출 계획은 2조 원 이상이지만 코로나19로 정상적 영업이 되지 않고 있어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우남 마사회 신임 회장은 4일 취임사를 통해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정운천 의원실 관계자는 “2월 임시국회에서 의원들이 농식품부에 마사회의 온라인 마권 발매에 필요한 각종 제도 개선안 등을 마련해 올 것을 요구한 만큼 3월에 열릴 법안소위에서는 진전된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마사회와 말산업계의 어려움을 모두 잘 알고 있는 만큼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을 위해 제도적 사항들을 보완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서도 온라인 마권 발매를 담은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관련 논의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채 법안이 폐기된 바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