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와 관련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비리 의혹에 토지주택공사를 향한 국민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최근 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공급정책을 앞세우고 있었는데 이번 비리 의혹에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공급정책 전반의 신뢰성도 위협받게 됐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 토지주택공사 직원 투기에 주택정책도 흔들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가 지정되기 앞서 토지를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의 한 밭에 작물들이 방치돼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공공주도 주택공급정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토지주택공사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일 부동산업계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남은 임기동안 3기 신도시 정책을 비롯한 공공주도의 주택공급정책을 원만히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공공주도정책에서 핵심으로 내세운 기관이 토지주택공사였는데 공사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대규모로 사전 땅투기에 나섰다는 비리 의혹이 제기돼 국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차명도 아닌 스스로의 이름으로 3기 신도시 지정 토지를 사전에 구입한 것을 두고 이러한 행태가 내부 관행처럼 이뤄져 온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우려한 듯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광명시와 시흥시뿐만 아니라 다른 3기 신도시에서도 땅투기가 있었는지 국토부와 토지주택공사, 관련 공공기관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러한 정부의 대처에도 국민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관련 공공기관의 직원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제식구 감싸기’식으로 제대로된 처벌과 재발 방지대책이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의구심마저 나오고 있다.  

2018년에 3기 신도시 지정을 앞두고 토지주택공사 직원이 고양시 창릉동 일대의 개발 도면을 유출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국토부는 1차 3기 신도시 대상에서 이 지역을 제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발표한 2차 3기 신도시 대상지역에 사전에 유출된 도면과 3분의 2이상이 겹치는 고양시 창릉동 일대가 포함되면서 다시 논란이 일었다. 이에 국토부는 이 지역의 토지거래량이 늘기는 했지만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당시 도면을 유출한 토지주택공사 인천지역본부 지역협력단 직원 2명은 경찰에 입건됐고 토지주택공사는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보완을 약속했다.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본인과 가족 명의로 상가를 낙찰받는 비위행위를 저지른 사례도 있었다. 

2014년 당시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토지주택공사 직원 3명은 내부자료를 통해 상가 분양과 관련한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이용해 분양가보다 더 저렴하게 상가를 분양받았다. 

이런 비위사실이 적발됐음에도 토지주택공사의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쳤다.

토지주택공사는 해당 직원들을 ‘견책’ 징계를 내리는 데 그쳤고 이들은 계속해서 상가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토지주택공사 내부감사 결과 행정상 처분, 주의, 경고 등 징계를 받은 토지주택공사 직원은 2016년 566명에서 2019년 823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2016∼2019년 이뤄진 토지주택공사 내부감사를 통해 신분상의 징계처분을 받은 비율은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는 주의 및 경고, 행정상의 처분에 그쳤다.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비위 의혹이 불거지면서 변창흠 국토부 장관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비위 의혹을 받고 있는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은 2018년부터 2020년 초까지 땅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되는데 변창흠 장관이 2019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토지주택공사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직원들이 국민들을 농락하는 희대의 투기를 벌이는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나”며 “변 장관의 사장 재임시절 벌어진 일과 관련해 국토부에 전수조사를, 토지주택공사에 진상조사를 주문했는데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라고 비판했다. 

변 장관이 자리를 옮기면서 토지주택공사 사장자리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공석이다. 

토지주택공사를 앞으로 이끌게 될 사장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토지주택공사는 우선 관련 직원 12명 직무에서 배제하고 조사를 통해 혐의가 확인되면 징계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관련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토지주택공사 직원 10여 명이 광명·시흥지구 3기 신도시 지정이 발표되기 전에 100억 원 규모에 이르는 땅을 사들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3일 경기도 광명시와 시흥시를 비롯해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 토지주택공사, 관계 공공기관 등 관련 직원과 가족들의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의혹이 사실이라면 업무상 취득한 비밀을 동원해 사익을 챙기려 한 중대범죄"라며 "집 없는 서민의 절망은 커질 수밖에 없고 정부 정책을 두고 국민의 신뢰도 흔들릴 것이다“고 우려했다. 

변 장관은 2일 국토부 산하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관장을 소집해 열린 간담회에서 “광명과 시흥지구에서 토지주택공사 임직원들이 사전에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떠나 기관장이 경각심을 지니고 청렴한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