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D램업황 호조로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자금조달에 부담을 덜게 됐다.

기존 낸드분야에 투자했던 키옥시아 지분도 지킬 가능성이 커져 향후 낸드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D램 호황 반갑다, 인텔 낸드사업 인수 자금부담 덜어

▲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3일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가격지표 역할을 하는 DDR4 8GB 2400Mbps 제품의 현물가격은 최고 4.65달러에 거래됐다. 2020년 12월 초만 해도 2.77달러 수준이었는데 석 달만에 68% 뛰어올랐다.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제조사들이 공급 확대에 보수적 태도를 나타내고 있어 당분간 D램 공급이 매우 빠듯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서버용 D램 가격이 2분기에만 10~15% 높아지고 연간으로는 40%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D램 업황지수인 D램익스체인지인덱스(DXI)는 사상 최고수준인 3만3천대까지 치솟고 있다. D램 호황기인 2018년 1월에도 2만9천대에 그치며 오르지 못했던 3만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PC, 스마트폰 등 IT기기 수요가 예상치를 큰 폭으로 넘어서면서 D램 가격 상황도 기존의 예상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주력사업인 메모리반도체 중에서도 D램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D램 호황의 수혜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에 따라 유진투자증권은 2일 SK하이닉스 2021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8조 원에서 9조7천억 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영업이익이 1분기 1조 원대, 2분기에는 2조 원대, 3분기에는 3조 원대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13조 원까지 높였다. 메모리 호황기에 접어들던 2017년 영업이익 13조7천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 것이다.

SK하이닉스의 2021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값은 10조3천억 원으로 3개월 전 8조6천억 원보다 20%가량 높아졌다. 2022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값도 16조3천억 원까지 상향됐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인수합병과 설비투자로 지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D램 업황 호조로 SK하이닉스는 자금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미세공정의 필수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하는데 2025년까지 4조7500억 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이 장비 취득에만 연간 1조 원 가까운 금액이 쓰인다.

이보다 더욱 급한 것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다. SK하이닉스는 D램과 비교해 다소 뒤떨어지는 낸드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 기업거래사상 최고액인 10조3천억 원에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하기로 했다.

당장 2021년 말까지 1차 인수대금 8조 원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2020년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투자자산을 모두 합해도 5조 원이 채 되지 않아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D램업황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면서 SK하이닉스는 양호한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1차 인수대금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늘어난 데다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올해보다 더 많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1월 산업·수출입·농협은행과 30억 달러 규모의 자금조달 협약도 맺었다. 충분히 인수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더욱이 기존 낸드분야 투자를 회수하지 않고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각에서 SK하이닉스가 6조 원에 이르는 키옥시아 지분을 인텔 인수를 위해 처분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왔으나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아졌다.

낸드업계 2위인 키옥시아 투자는 SK하이닉스가 중장기적 안목으로 진행한 전략적 투자다. 

D램에 이어 낸드 역시 2분기 이후부터 업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는데다 키옥시아는 최근 162단 3D 낸드를 발표하는 등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낸드업계 2위인 키옥시아 투자지분도 유지한다면 향후 낸드업계에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현금창출원 역할을 하는 D램 사업의 이익을 인수합병 등 낸드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활용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SK하이닉스는 낸드 투자 원천을 위해 D램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