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남겨놓은 계열사 지분 상속이 임박하면서 오너 3남매의 계열분리 가능성에도 시선이 몰린다.

3남매 사이에 이 전 회장의 지분 상속비율은 향후 일어날 수도 있는 계열분리 규모를 좌우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이건희 지분 상속 뒤 이부진 이서현 계열분리 가능성에도 시선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이건희 전 회장 사후에도 상당기간 계열분리 없이 남패 자율경영체제를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은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계열사를 중심으로 그룹 경영을 아우르고 있고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호텔신라를 독자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제일기획, 삼성물산 패션부문 등의 경영에 참여하다 2018년 말 경영에서 손을 떼고 복지재단과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최근 들어 이 전 회장 별세와 이재용 부회장 구속수감 등 오너경영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을 주는 사안이 일어났다. 이부진 사장의 역할 확대와 이서현 이사장의 경영복귀 가능성 등이 점쳐지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현재와 같은 체제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좀 더 우세하다.

당장 계열분리를 통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없는데다 이 부회장의 활동제한 등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부진 사장이 맡은 호텔신라나 이서현 이사장이 몸담았던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코로나19 장기화로 고전하고 있어 계열분리에 나설 여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계열분리가 이뤄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삼성그룹이 이미 선대 때 신세계, CJ, 한솔, 새한 등으로 계열분리를 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재용 부회장은 2020년 5월 대국민 사과에서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후계구도의 안정화 등까지 고려하면 어느 시점에서 남매가 계열을 분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LG그룹은 최근 구본무 전 회장 사후 경영권을 승계한 구광모 회장과 구 전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고문이 계열분리를 결정했다. 구본준 고문이 들고 있는 지주회사 LG 지분가치에 상당하는 LG상사·LG하우시스 등의 계열사를 떼어나가는 방식이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도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 지분 5.60%를 보유하고 있어 비슷한 방식으로 계열분리가 이뤄질 수 있다. 

이들의 삼성물산 지분가치는 약 1조3천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삼성SDS 지분(약 6천억 원)을 더하면 거의 2조 원에 이르는 지분을 계열분리에 활용할 수 있다.

이부진 사장이 맡고 있는 호텔신라의 삼성그룹 지배지분은 17% 수준으로 높지 않다. 지분가치는 5600억 원 수준에 그쳐 이부진 사장의 보유 지분가치에 미치지 못한다.

이 사장이 지분을 모두 활용하면 호텔신라에 더해 사업적 연관성이 있는 삼성물산 리조트사업(자산규모 2조4천억 원)과 삼성웰스토리 급식사업(자산규모 7천억 원) 등도 들고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업을 인적분할한 뒤 이재용 부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과 이부진 사장 지분을 맞교환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업 대신 이 사장이 경영고문으로 있는 삼성물산 상사부문(자산규모 4조 원)을 선택할 수도 있다.

같은 방식으로 이서현 이사장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자산규모 1조3천억 원)과 제일기획(지배지분 가치 6500억 원) 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들만으로는 이서현 이사장이 보유한 지분가치에 미치지 못해 다른 비주력 계열사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시나리오는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가치에 뿌리를 두는 것이다. 앞으로 이건희 전 회장의 지분 중 일부를 두 사람이 물려받게 된다면 향후 계열분리 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만약 두 사람이 법정 상속비율대로 지분을 물려받으면 각각 5조 원이 넘는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향후 보유하게 될 지분가치가 훌쩍 증가해 계열분리를 할 때 더 많은 사업을 품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재계에서는 그룹 경영권 안정 등을 위해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대부분의 상속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