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낸드분야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공격적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격차 축소와 업체 사이 합종연행 등 낸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단기적 수익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시장 지배력의 우위를 활용해 점유율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낸드 추격받아, D램처럼 패권 위해 공격적 증설투자할까

▲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23일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적극적 낸드 투자 기조를 지속할 것이다”며 “앞으로 경쟁사와 낸드 수익성 격차가 축소될 것을 고려하면 현재 시점이 삼성전자 입장에서 점유율 확대의 마지막 적기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21년 반도체사업에서 35조 원의 시설투자를 집행해 2020년 32조9천억 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는 중국 시안 2공장과 국내 평택 2공장에서 진행하는 낸드 투자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증설규모는 시안2공장이 웨이퍼 기준 월 5만5천 장 규모, 평택2공장이 월 1만8천~3만 장 규모로 파악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삼성전자는 얼마전 원익IPS, 테스, 와이아이케이 등과 장비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며 낸드 생산라인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한국 반도체장비사들이 삼성전자로부터의 장비 수주를 공시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2021년 삼성전자의 낸드 시설투자 규모는 2020년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수요 강세로 D램 가격 상승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과 다르게 낸드 가격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1분기 낸드 가격이 이전 분기보다 5~10%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낸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낸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업황을 제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1월말 열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전략적으로 시설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는 “급격한 메모리반도체 반등은 IT 생태계에 부정적이다”며 “수요를 고려해 중장기 가격 수익성을 조절하겠다”고 말해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사실상 공격적 투자 의지를 시사하는 대목으로 읽힌다. 특히 6세대(128단) 낸드의 생산량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원가 경쟁력을 갖춘 7세대 낸드를 연내 출시하기로 하는 등 낸드 주도권을 향한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D램시장 경쟁에서 승리한 경험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낸드시장에서도 투자를 늘려 지배력을 확보하고자 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D램분야의 설비투자를 주도하면서 치킨게임 끝에 D램시장의 패권을 거머쥔 일이 있다. 그 결과 D램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3강체제로 정리되고 삼성전자는 D램사업에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현재 낸드시장은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D램 시장과 비교하면 떨어지는 데다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해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인텔 등 주요 기업만 6곳으로 D램기업의 2배에 이른다.

다만 최근에는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이 낸드 공동생산에 나서고 있고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낸드업계가 재편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가 아직 7세대 낸드를 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176단 낸드, 키옥시아가 162단 낸드를 먼저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후발주자들의 기술격차가 크게 좁혀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낸드시장의 변화는 오히려 삼성전자에게 기회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들은 신규증설보다 기술 전환을 통한 원가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며 “7세대 낸드에서 삼성전자로서는 증설을 통한 공급량 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낸드 설비투자 확대는 지금이 적기다”며 “삼성전자는 2019년 말부터 진행한 낸드 설비투자 확대를 2022년까지 공격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반면 여전히 삼성전자가 낸드 투자를 더 늘리는 데 신중할 것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차세대 낸드 기술격차가 과거보다 줄어 선두업체가 공격적 투자전략을 쉽게 구사하기가 힘든 환경이다”며 “지배구조와 인수합병 관련 자금조달도 낸드 투자가 보수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게 만드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낸드 공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하거나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공급사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삼성전자도 중장기적으로 비용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