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생명이 즉시연금 미지급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이겨 지난해 실적이 좋아지는 효과를 봤다.

그러나 나머지 보험사들은 분쟁에 질 것을 대비해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순이익에 영향을 받았다.
 
즉시연금 소송 이긴 NH농협생명 작년 실적 편안, 나머지는 주름살

▲ 김인태 NH농협생명 대표이사 사장.


18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즉시연금 미지급금 소송과 관련한 충당금 적립 여부가 생명보험사의 지난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선이 나온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반환청구 소송을 벌이는 생명보험사 가운데 소송에서 승소한 NH농협생명은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반면 패소에 대비해 충당금을 미리 쌓아둔 보험사들은 순이익이 줄었거나 증가폭이 둔화했다.

NH농협생명은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 612억 원을 거두며 2019년보다 순이익이 52.6% 늘었다.

NH농협생명 관계자는“보장성보험 위주의 영업을 실시하고 경영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관리성 비용을 절감한 결과 수익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NH농협생명은 즉시연금 소송에서 이겨 충당금을 적립하지 않았다. 하지만 충당금을 적립한 미래에셋생명과 KB생명 등은 순이익이 감소했다. 

미래에셋생명의 순이익은 2019년보다 29% 감소한 777억 원으로 집계됐다. KB생명은 순손실 232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증시 활황에 따른 보증준비금 환입 영향으로 생명보험업계가 대체로 좋은 실적을 거둔 상황에서 미래에셋생명과 KB생명의 실적이 뒷걸음질한 것은 즉시연금과 관련한 충당금 적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진다.

KB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실적이 향상됐음에도 적자로 전환한 것은 즉시연금보험 관련 대손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이라며 “특별한 악재가 없다면 장기적으로 재무적 성과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반환 청구소송은 법적 분쟁에 따른 기업 이미지 하락에 영향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판결에 따라 실적에도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는 현안인 셈이다.

NH농협생명 이외에 한화생명과 동양생명도 순이익이 늘었지만 충당금 적립이 없었더라면 더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이뤄졌을 것으로 여겨진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별도기준 순이익 1969억 원을 올렸다. 2019년보다 71.8% 증가했다. 한화생명의 순이익 증가비율은 NH농협생명의 순이익 증가비율보다 높지만 2019년 실적 악화에 따른 기저효과가 나타난 측면이 있다. 

동양생명은 개별기준 순이익이 2019년 1123억 원에서 2020년 1286억 원으로 14.5% 늘었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 번에 납부하고 달마다 연금을 받다가 만기가 되면 원금을 전부 돌려받는 상품이다.

즉시연금 관련 분쟁은 2017년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가 달마다 받는 연금수령액이 예상했던 지급액보다 적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보험사들은 보험료에서 사업비 등을 공제하고 만기 때 원금을 돌려주기 위해 환급재원(책임준비금)을 쌓았는데 이를 약관에 명확히 기재하지 않아 과소지급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가입자의 손을 들어주고 생명보험사들에게 과소지급한 연금액을 일괄 지급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KB생명 등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즉시연금 반환 청구소송과 관련된 생명보험사 가운데 현재까지는 NH농협생명이 유일하게 이 문제에서 자유롭다.

NH농협생명 약관에는 ‘보장 개시일로부터 만 1개월 이후 계약 해당일부터 연금 지급 개시 때까지의 연금계약 적립금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을 달마다 계약 해당일에 지급한다. 다만 가입 뒤 5년 동안은 연금월액을 적도록 해 5년 뒤 연금계약 적립금이 보험료와 같도록 한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이에 법원에서는 적립액을 차감한다는 내용을 미리 명시했다고 판단해 NH농협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NH농협생명이 소송에서 패소했다면 충당금 적립으로 순이익 증가폭이 축소됐을 수 있다.

반면 미래에셋생명은 관련 소송 1심에서 지난해 11월 패소했다. 미래에셋생명의 즉시연금 약관은 ‘달마다 연금을 지급하는 데 만기환급금을 고려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법원은 약관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동양생명도 올해 1월 동양생명의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보험사를 상대로 낸 미지급 반환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동양생명 약관에는 만기환급금이라는 표현이 적혀있지 않다.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러한 가운데 즉시연금 미지급금 규모가 가장 큰 삼성생명은 충당금을 적립하지 않았다. 패소에 대비해 충당금을 미리 쌓아둔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KB생명 등과 다른 모습이다.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규모는 4300억 원가량이다. 

삼성생명은 4건의 즉시연금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첫 판결이 3월10일 나온다. 삼성생명의 약관은 동양생명의 약관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